– 윤준호 님께 드리는 헌시
고요한 새벽, 누구보다 먼저 문을 여셨고
어두운 밤이면 마지막으로 불을 끄고 나가셨습니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학교를 지켜오신
당신의 손에는 언제나 흙먼지가 묻어 있었고
당신의 등에선 땀 냄새보다 따뜻함이 먼저 풍겼습니다.
25년.
그 긴 세월 동안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사이
당신은 학교의 나사 하나, 바퀴 하나가 되어
쓸고 닦고, 고치고 메우며
묵묵히 학교를 굴려주셨습니다.
어떤 날은 바람이 거셌고
어떤 날은 하늘마저 무심했지만
당신은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누가 부탁을 해도, 하지 않아도
당신은 언제나 먼저 움직이셨습니다.
고장 난 문의 삐걱임,
넘어진 아이의 울음소리,
멀어진 마음 사이에 맺힌 갈등의 틈까지도
당신은 조용히 다가가 살폈습니다.
누군가는 보지 못했고
누군가는 당연하게 여겼지만
우리는 이제야 깨닫습니다.
당신이 있어 학교는 하루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 당신은 떠나시지만
당신의 손길은 교정 곳곳에 스며 있고
당신의 진심은 우리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입니다.
존경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이제는 부디 당신 자신을 위한 길을 걸으시길 바랍니다.
아침이 아닌 햇살 아래,
일이 아닌 평화 속에서,
부디, 편안히.
당신의 노고가 별처럼 빛나기를.
당신의 앞날이 꽃처럼 피어나기를.
안녕히 가십시오.
당신은 우리 마음 속에,
늘 함께 계실 것입니다.
*관련글 보기
희망의 잎사귀는 마지막에 매달려 있다
비바람에 흔들리는 가지 끝,어느덧 누렇게 마른 잎 하나가 남아 있다.떨어질 때가 지난 듯 보이지만,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누구나 마음속에 그런 잎새 하나쯤은 달고 산다. 한때는 푸르
sunbicheonsa.com
*관련글 보기
https://sunbicheonsa.tistory.com/10
꽃이 길을 만든다
매일 우리는 길을 나선다.학교로, 일터로, 혹은 잠시 마실삼아.늘 같던 골목, 변함없는 신호등, 무심히 스쳐 지나던 건물들.그 일상이 어느 봄날, 조용히 바뀐다. 문을 열고 나선 순간,벚꽃이 세
sunbicheonsa.com
'감성수필 > 감성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잠자리와 은빛 물고기 이야기” (0) | 2025.04.30 |
---|---|
봄은 노랗게 투정부리며 온다 (0) | 2025.04.20 |
방아쇠를 당긴 건 나였다 (4) | 2025.04.20 |
호미로 밭을 매던 어머니, 우리 마음속을 여전히 일구시네 (0) | 2025.04.16 |
이제, 정든 학교를 떠납니다 (0) | 2025.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