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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수필

벚꽃은 지고, 사랑은 남았다

by 선비천사 2025. 4. 19.

 

 

올해도 벚꽃은 어김없이 피었다.
언제나 그랬듯 갑작스럽게, 그리고 눈부시게.

거리마다 연분홍빛이 흐드러졌고, 사람들의 얼굴엔 봄이 번졌다.
그 환한 꽃들 사이를 함께 걷고 싶었다.

 

당신과.
아무 말 없이 손잡고, 꽃잎 사이로 웃음소리 퍼뜨리며 그렇게.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었다.
올해 봄엔, 벚꽃이 피면 당신과 함께 걸으리라.
꽃향기를 함께 맡고, 그 순간만큼은 오롯이 당신만을 바라보리라.
하지만 그 약속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가 너무 무심했던 걸까.
너무 당연하게 여긴 걸까.
벚꽃이 피는 것도, 당신이 곁에 있는 것도.

바쁘다는 이유로, 괜찮을 거라는 안일함으로
나는 당신의 마음에 피어난 작은 꽃들을 보지 못했다.

 

어느새 봄은 깊어졌고,
꽃은 어느샌가 지고 말았다.

꽃잎은 말이 없다.
지며 소리 한 번 내지 않는다.
당신도 그랬다.
서운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저 조금씩 멀어졌다.

 

나는 이제야 그 자리를 돌아본다.
텅 빈 가지들, 꽃이 지고 남은 향기마저 사라져버린 그 길 위에서.
한 걸음 늦게,
미련과 아쉬움만을 품고서.

 

이제는 알겠다.
꽃은 피었을 때가 아니라, 졌을 때 더 마음을 울린다는 걸.
사랑도 그랬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모든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봄을 기다린다.
내년에도, 벚꽃은 다시 필 것이다.

 

그땐 제발, 너무 늦지 않게.
벚꽃에 환희하듯, 당신을 향한 사랑도 다시 피어나길.
아쉬움이 다시 희망이 되길.

그래서 꼭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꽃이 피었을 때, 머뭇거리지 말고 마음을 전하라고.
꽃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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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가 피면 떠오르는 얼굴

온 동네에 아카시아 향이 번지기 시작하면나는 어김없이, 그 애를 떠올린다. 5학년 봄,나는 먼지를 뒤집어쓴 듯한 아이였다.운동화를 벗으면 양말에 발가락이 비칠 만큼,매일 뛰어다니며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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