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맡기는 남자, 그리고 조용한 일탈을 꿈꾸다.
나는 경계에 선다.한쪽 발은 지극히 현실에 닿아 있고,다른 한쪽은 늘 꿈결 같은 어딘가를 향한다. 하루를 살아내면서도,가끔은 도망치고 싶다.말 없이, 흔적도 없이,나조차 모르는 나를 만나러. 회사도, 책임도,심지어는 가족도 잠시 내려놓고,그냥 나 하나만으로 숨 쉬고 싶다. 하지만 그 찰나,아내의 눈빛이 나를 붙든다.아이의 웃음소리가 마음 끝을 붙잡는다.반란은 늘 시작하기도 전에 조용히 진압된다. 나는 자주 맡긴다.결정은 아내에게,일정은 회사에,내일은 그저 시간에게. 나는 주인공이지만,대본도, 연출도,어쩌면 조명마저도 내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내게서 안정감을 느낀다 한다.내 속은 늘 바람처럼 흔들리는데,그들은 어쩌다 내 불안을그들의 쉼으로 착각하는 걸까. 내 안에선 매일 세계가 무너지고,다시 세워진다.선..
2025.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