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가 피면 떠오르는 얼굴
온 동네에 아카시아 향이 번지기 시작하면나는 어김없이, 그 애를 떠올린다. 5학년 봄,나는 먼지를 뒤집어쓴 듯한 아이였다.운동화를 벗으면 양말에 발가락이 비칠 만큼,매일 뛰어다니며 놀았다. 하굣길은 늘 똑같았지만,그날그날의 이유는 달랐다.누군가는 고양이를 따라가고,나는 꽃길을 따라갔다. 아카시아는 언제나 길가에 피어 있었고하얗게 핀 꽃잎 아래서는누구든 시인이 될 수 있었다. 우리는 배가 고프면 꽃을 따먹었고,지치면 나무 밑에 드러누워햇살을 똑같이 나눠 가졌다.그날도 그랬다.나는 흙바닥에 앉아아카시아 꽃잎을 손톱으로 반 갈라보고 있었다. 그 애는,서울에서 전학 온 그 애는조용히 다가와 내 옆에 앉았다.말도 없이,아무 이유도 없이.잠시 후, 그 애가 말했다. “이 꽃, 꿀맛 나지 않아? 난 싫던데.” 나는 ..
2025.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