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 신천동에는 오래된 골목시장의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그 중심에는 삼미시장이 있다. 1980년대 자연스럽게 형성된 이 전통시장은 오늘도 주민들의 일상을 품는다. 대형마트처럼 빠르게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인사를 나누며 머무는 생활의 시장이다.
삼미시장 입구에서 삼미시장2길로 들어서면 골목은 한층 좁아진다. 불편할 것 같은 폭이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체온을 가까이 모은다. 서로 어깨를 스치며 지나가는 풍경은 오래된 시장만이 가진 리듬이다. 걸음도 자연스레 느려진다.
시장 초입에서는 칼국수집에서 피어오르는 멸치 육수 냄새가 먼저 반긴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파란 수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시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횟집 ‘어마어마해’다. 싱싱한 활어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어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삼미시장의 대표 맛집이다.
시흥은 과거 소래와 오이도, 월곶 등 서해안 어장과 가까운 생활권을 이루며 수산물 유통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이러한 지리적 배경 덕분에 신천동 구도심에서도 신선한 활어를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에 만날 수 있다. 삼미시장이 오랫동안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가장 자주 찾는 곳도 바로 어마어마해다.
이곳에는 화려한 인테리어도, 고급 일식집의 정숙함도 없다. 대신 시장 특유의 생동감이 있다.
젖은 시멘트 바닥 위로 파란 수조가 줄지어 서 있다. 상인이 뜰채를 넣는 순간 우럭이 힘차게 물살을 가른다. 도마 위에서 칼이 리듬감 있게 움직이고, 은빛 비늘이 짧은 빛을 남기며 흩어진다. 그 소리와 움직임만으로도 신선함이 전해진다.
어마어마해는 계절과 어종에 따라 가격은 달라지지만, 부담 없이 활어회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회를 주문하면 멍게와 해산물, 서더리를 함께 내어주고 얼큰한 매운탕까지 이어지는 한 상은 삼미시장을 찾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막 썰어낸 광어 한 점을 초고추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는다.
단단하면서도 찰진 식감이 오래 남는다. 입안에 퍼지는 바다의 향은 수조에서 올라오는 기포 소리와 어우러져 신천동 골목 한가운데 바다가 잠시 머문 듯한 착각을 만든다.
잠시 뒤 서더리를 넣고 끓인 매운탕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한다. 쑥갓 향이 국물 위로 번지고, 옆자리에서는 하루 일을 마친 단골손님들이 소주잔을 기울인다. 특별한 대화가 없어도 같은 공간을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 시장은 따뜻해진다.
한동안 나는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한 채 여러 골목을 서성였다. 그러다 이 시장을 자주 찾게 되었다. 화려한 음식보다 정직한 한 끼가, 번잡한 거리보다 사람들의 일상이 더 큰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이곳에서 배웠다.
삼미시장의 매력은 특별한 관광지가 아니라는 데 있다. 지역 주민이 실제로 장을 보고, 식사를 하고, 안부를 나누는 생활의 공간이다.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된다.
오늘도 신천동의 작은 골목에서는 파란 수조가 잔잔히 물결을 흔든다. 바다는 멀리 있지만, 사람들은 이 골목에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낼 만큼의 바다를 한 그릇씩 길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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