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피리|상처가 위로의 선율이 되는 섬진강 감성시

섬진강의 마른 갈대와 마음을 위로하는 갈대 피리

봄날,
물푸레나무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서 있습니다.

그 위로 맑은 봄 하늘이 흐르고,
달빛에 젖은 칠색구름은
전설처럼 서쪽으로 떠갑니다.

어디선가 늑대가 울고,
별빛은 하늘 끝을 핥다가
별똥 하나와 함께 사라집니다.

시간과 신화가
잠시 어깨를 스친 밤입니다.

섬진강가에는
메마른 갈대가 서 있습니다.

그러나 갈대를
한낱 수풀로 보지 마십시오.

속이 빈 갈대마다
보이지 않는 피리 하나를 물고 있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면
비틀린 가슴에서도 따뜻한 선율이 흐릅니다.

사람의 상처도 저마다 깊이가 다르지만,
서로 다른 아픔의 깊이 속에는
아직 꺼내지 못한 노래가 숨어 있습니다.

상처가 있다고
노래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금이 간 자리로
바람은 더 오래 머뭅니다.

지친 날에는
창문 앞에서 다시 나를 마주하듯
가슴속 갈대 피리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오늘 내 안을 지나간 바람은
어떤 선율을 남겼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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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피리|상처가 위로의 선율이 되는 섬진강 감성시”에 대한 2개의 생각

  1. “시간과 신화가 잠깐 스쳐간 순간이었죠.”

    물푸레나무, 봄 하늘, 푸른 칠색 구름, 별빛, 별똥…
    가끔 늑대 울음같은 청각적 이미지도 있지만 위에 열거한 것같이 시간의 흐름과 그 속에 있는 자연의 모습을 시각을 통하여 드러내 보이구 있군요. 어느 봄 날 낮부터 밤까지 시간의 흐름 속에 있는 자연의 신비스런 모습에 대한 화자의 정서도 드러나 있구요. 그리고 또 하나, 봄 날 속의 자연의 모습을 말하다 가을 이미지인 메마른 갈대 소리로 시상의 중심을 옮겨 놓았네요. 메마른 갈대는 우리가 가을부터 겨울까지 볼 수 있는 모습이니까요. 시인은 어느 봄날 낮부터 밤까지의 신비스런 자연 현상처럼 봄부터 가을까지 자연이 빚은 신비를 말하고자 한 듯하네요. 그 중 특히 갈대를 크로즈업 했구요. 한 해 살이를 마감하여 이젠 메마를 일 하나로 서 있는 갈대와 갈대 숲, 그리고 속을 비워 한껏 가난해진 모습으로 삼동의 혹한과 폭풍을 견디며 신응 이던가, 아니면 달관의 모습으로 생의 희열이던가를 바람의 리듬에 따라 피리로 노래하는 갈대 모습은 숙연해 보이네요. 지구의 한 귀퉁이에 뿌리 박고 사계절 희로애락을 겪었을 갈대가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내는 생의 찬미를 보는 듯한 모습이군요. 누구라도 그렇겠지요. 지구별에서 생명을 얻어 살면서 수많은 계절이 바뀌며 만들어 냈을 기쁨과 화남과 슬품과 즐거움은 한 생의 서사가 되고 그것들을 나막하게 음미한 생의 최후. 멋진 시이네요.

    답글
    • 지구별에서의 희로애락이 한 생의 서사가 된다는 울림님의 말씀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메마른 갈대 속에서 제가 들려드리고 싶었던 ‘달관의 선율’을 찾아내 주셔서 작가로서 더없이 기쁩니다. 봄의 신비와 가을의 깊이가 교차하는 지점을 알아봐 주시는 따뜻한 시선 덕분에 제 글이 비로소 완성된 기분이네요. 오늘도 마음속에 고운 피리 소리 하나 품으시는 평온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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