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마디를 끝내 말하지 못했다 | 선택과 망설임을 담은 문학수필

주문

 

결정을 내리는 일은 늘 어렵다.

그것이 크고 중요한 일이라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사소한 일일수록 마음은 더 오래 머문다. 잃을 것이 없는데도 선뜻 입이 열리지 않는다.

그날도 그랬다.

나는 한참 동안 말하지 못했다.

앞에 놓인 것은 얇은 종이 한 장뿐이었다. 몇 번을 훑어보았지만 눈은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손끝이 종이의 모서리를 만지작거렸다 놓기를 반복했다. 시선은 아래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왔고, 입술은 몇 번이나 열릴 듯하다가 다물어졌다.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

재촉하지도 않았다.

그 침묵이 오히려 더 조급했다.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상한 생각들이 밀려왔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분명 마음을 정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말하려니 다른 쪽이 아쉬워졌다. 그렇게 머뭇거리다가 이미 지나가 버린 것들이 있었다.

사람은 이상하다.

이미 지나간 선택은 늘 더 좋아 보인다.

그때 조금만 달랐더라면.

그 말을 했더라면.

하지 않았더라면.

돌이켜 보면 대부분은 별일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방향이 바뀌는 일처럼 느껴졌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쪽을 택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내일이면 잊힐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마음은 쉽게 기울지 않았다.

잠깐의 침묵.

손끝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는 버릇이 다시 나왔다.

맞은편 사람은 물 한 모금을 마셨다.

나는 빈 컵만 만지작거렸다.

결국 기다리던 시선이 조용히 내게 머물렀다.

이제는 말해야 했다.

한 번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었다.

입술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난….”

잠시 멈췄다.

그 짧은 틈에도 마음은 한 번 더 흔들렸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난 짜장.”

맞은편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 난 짬뽕.”

곧이어 주방 쪽에서 웍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기름이 끓는 냄새가 문틈을 타고 흘러왔다. 그제야 나는 내가 방금 얼마나 심각한 표정으로 메뉴 하나를 골랐는지 스스로 우스워졌다.

생각해 보면 삶은 이런 장면들로 채워진다.

거대한 결심보다 오래 망설인 것은 의외로 이런 순간들이었다. 우산을 펼까 말까, 전화를 걸까 말까, 한 번 더 참을까, 그냥 웃어넘길까. 그리고 짜장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우리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다.

하지만 하루는 그런 사소한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오늘의 기분도, 오늘의 기억도, 결국은 그런 작은 결정 하나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인생은 거창한 선택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어쩌면 가장 사람다운 순간은, 아무것도 아닌 일 앞에서 오래 망설이는 그 마음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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