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는 법, 연꽃은 왜 물방울을 붙잡지 않을까

뿌리는
어둠의 깊이를 재며 내린다.

빗물을 받아낸 잎들은
물방울 하나 붙들지 않고

툭,

제 등을 비워 둔다.

오래된 물속에서
연잎 하나
먼저 빛을 펼친다.

한지보다 얇은 새벽은
그 위에
첫 햇살을 가만히 눕힌다.

비어 있는 줄기 속으로
음지의 바람이 지나가고,

흙 속에 묻힌 단단한 마디는
제 몸을 비워
누군가의 식탁에 오른다.

연꽃은
진흙을 이긴 적이 없다.

다만,

피고 난 자리마다
물만 남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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