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실의 낮은 서랍장 위
황동빛 추 하나가 흔들린다.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같은 길을
같은 속도로
같은 거리만큼.
방 안의 공기는
그 포물선을 따라
조용히 갈라진다.
TV 화면이 번쩍일 때마다
나는 고개를 돌린다.
무언가를 확인하듯.
추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다만
되돌아온다.
늘 같은 자리로.
째깍.
소리는 짧고
방은 잠깐 숨을 멈춘다.
욕실 타일 위에
머리카락 몇 가닥이 떨어져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시계가
시간을 알려주는 물건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조금씩 가져가는 장치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정전된 밤.
숫자가 사라진 벽에서
비로소 들린다.
쿵.
쿵.
어둠 속에서
내 심장이
조용히 시간을 세고 있다.
기계가 멈추자
다른 시계가 시작된다.
오전 4시 14분.
추는 여전히 흔들리고
방 안에는 아무도 없다.
나는 잠깐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는 것인지
무언가가 줄어드는 것인지.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시계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내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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