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지 앉은 지면 위
‘15도’라는 빳빳한 감옥이 기울어 굳어 있다
치켜든 가슴
들려 올린 몸의 수치들
그것은 찬사가 아니라
살아 있는 몸에 찍힌 낙인이었다
우리는 낱장의 생을 도려내
그릇 위에 올려 채점하던 공범들
터질 듯한 단추의 팽창 뒤로
접혀 있던 고독의 행간
아무도 읽지 않았다
내 손등 위로 검은 별이 돋는다
한때 선망하던 별자리와는 다른
소멸의 습기를 머금은 광휘
푸석한 종이의 질감이
마른 살결의 서사와 닮아 있다
중력은 정직하여
풀 먹인 각도를 낮은 곳으로 부른다
오만이 꺾인 자리마다
눈가의 주름이 골짜기를 내고
신이 빚은 곡선보다
삶이 깎아낸 주름이 더 단단하다
15도의 계절은 지났다
지워진 행간 사이
혼자 단추를 채우던 이들의 비애가
늦게야 흐른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은 0도의 시선
치켜 올릴 것도
과시할 것도 없이
평평한 손바닥으로 세상을 쓸어보면
흩어졌던 몸들이 맞물려
거대한 숲의 정적으로 돌아온다
더는 타인을 재단하지 않고
나를 몰아붙이지도 않는 자리
느슨해진 등 위로
가장 낮은 밤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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