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가에 핀 들꽃을 본 건 아주 우연한 순간이었다.
차가운 콘크리트 틈에서 피어난 작은 꽃 한 송이.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았지만,
햇살을 받아 조용히 웃고 있었다.
그때 문득 생각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겠구나.
나는 무엇을 이루지 못했다.
어떤 자격도, 직함도,
세상에 남길 이름 하나 없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이름이 없으면 삶도 없는 것일까?
한 번은 딸아이가 말했다.
“아빠는 왜 항상 조용해?”
그 말에 웃기만 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내 마음엔 오랜 대답이 담겨 있었다.
크게 말하지 않아도, 조용히 사는 것도 괜찮단다.
젊은 날엔 나도 불타올랐다.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
누구보다 잘 살아야 한다는 자책.
그러나 살아갈수록 알게 되었다.
진짜 삶은 소리 없이 피어나
누군가의 마음을 덮어주는 그늘 같은 존재라는 걸.
나는 더 이상 자식들의 자랑이 되고 싶지 않다.
대신 그들의 짐이 되지 않길 바란다.
자랑보다 더 중요한 건
상처가 되지 않는 기억으로 남는 일이다.
이제 나는
못생긴 나무 밑동처럼
누군가에게 기댈 자리가 되어주고 싶다.
눈에 띄지 않더라도,
그 자리에 늘 있어주는 존재.
바람처럼 다녀가고,
들꽃처럼 피었다가 지는 삶.
삶의 의미는
얼마나 유명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조용히, 진심으로 살아냈는지에 있다.
내가 택한 삶은
소리 내지 않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누구에게도 아픔이 되지 않기 위해
조용히, 그러나 정직하게 살아가겠다고.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의 하루가 너무 힘들어
길을 잃은 순간에,
내가 남긴 조용한 삶이
작은 위로가 되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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