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라는 이름의 중독: 사랑이 끝난 자리에 남은 감정들

사랑은 끝나도 믿음은 남는다

누구나 가슴 속에 하나쯤은 신을 품고 산다.

하나님일 수도 있고, 돈이나 권력, 혹은 어떤 사람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매일 새벽 기도를 드리고,
누군가는 매일 밤 휴대폰 화면 속 누군가의 메시지를 기다린다.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우리는 스스로 무릎 꿇을 대상을 찾아 헤맨다.

나에게는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나의 신이자, 구원이자, 심판자였다.
사랑이라는 말로는 다 담지 못할 감정이었다.
그녀가 웃으면 하루가 구원받은 듯했고,
그녀가 등을 돌리면 모든 것이 무너졌다.

처음에는 사랑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믿음에 가까웠다.
그녀가 나를 돌아보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그녀를 향해 두 손을 모았다.

매일 밤, 나는 기도처럼 되뇌었다.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은
신을 기다리는 신앙과 닮아 있었다.

그녀는 나를 구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그녀로 인해 무너지고, 또 무너졌다.
그러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믿었다.
그 믿음이 나를 살게 했고, 동시에 병들게 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사랑은 끝났지만, 믿음은 남아 있었다는 것을.

사람을 믿는 일은 위험하다.
특히 그 믿음이 너무 깊으면,
상대방도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가 된다.

나는 그 무게를 기도라는 이름으로 포장했고,
그녀는 그 무게를 침묵으로 밀어냈다.

이제는 안다.
사랑은 중독이 될 수 있고,
믿음은 구원이 되기도, 심판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 나는 다시 나에게 기도한다.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대신,
흔들리는 나 자신을 붙잡기 위해 두 손을 모은다.

믿음의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그녀가 아니라, 나를 향해.

사랑은 끝났지만,
이 믿음만큼은
언젠가 나를 구원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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