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창가의 자리에서 묻다, 나는 쉬고 있었을까

책 한 권과 커피 한 잔, 멈춤과 쉼의 차이

좋아하는 카페에는 늘 같은 자리가 있다.
사람들이 잘 고르지 않는 구석,
창가와 벽이 만나는 자리다.

겨울이면
그곳에 햇살이 먼저 도착한다.
차가운 유리 위로 빛이 번지고
테이블 가장자리가 조금씩 데워진다.

나는 그 빛을 기다리듯
그 자리에 앉는다.

책 한 권, 커피 한 잔.
그게 전부다.
하지만 그 전부로
하루를 버틸 수 있을 때가 있다.

그 시간만큼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잘 살고 있는지,
뒤처지지는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아도 된다.

카페는 늘 시끄럽다.
잔 부딪히는 소리,
주문을 부르는 목소리,
웃음과 한숨이 겹친다.

그 한가운데서
나는 이상하게 조용해진다.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도
잠시 세상에서 빠져나온 느낌.

나는 그것을
‘쉼’이라고 불러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쉼이 조금 낯설어졌다.

정말로 쉬고 있는 걸까.
아니면
잠시 멈춰 숨어 있는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은
편안했지만
지나치게 달콤했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은
금세 익숙해진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쉬고 있는 나와
피하고 있는 나를
구분하지 않은 채
오래 머물렀다.

그렇다고
그 시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숨을 고르지 못한 사람에게
잠깐의 그늘은 필요하니까.

다만
그늘은 머무는 곳이 아니라
통과하는 곳이어야 한다.

위로란
계속 앉아 있으라고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다시 걸을 수 있게 해주는 힘일지도 모른다.

말을 걸지 않아도 되고,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지만
언젠가는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까지 포함해서.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일 수 있을까.

머물러도 괜찮지만
너무 오래 숨지는 않도록
조용히 등을 떠밀어 줄 수 있는 사람.

겨울 햇살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잠시 따뜻했다가
이내 자리를 옮긴다.

그래서 더 정확하다.
쉼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것이라는 걸.

오늘도 나는
그 창가에 앉는다.
이번에는
조금 덜 머물기 위해.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쉬고 있는 걸까.
아니면
멈춰 서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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