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던 날,
나는 그분의 손을 처음으로 오래 바라보았다.
작고 마른 손.
특별하지도, 단단하지도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내 눈을 오래 붙잡았다.
그 손은
언젠가 들을 것 다 들고,
쥘 것 다 쥐었을 것이다.
연장을 들고 밭을 일구었고,
어린 내 뺨을 어루만졌고,
어쩌면 어머니의 울음을 막아주던 날도 있었겠지.
그 모든 기억이
고요히 감긴 손 안에 묻혀 있었다.
그 손은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지만,
나는 알았다.
그건 빈손이 아니었다.
그 안엔 삶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태어날 때
손을 움켜쥐고 나온다.
갓 태어난 아기가
어미 손가락을 꽉 쥐는 걸 본 적이 있다.
“나는 살아 있다”
말하는 듯,
세상에 매달린다.
그리고 자라면서
더 많은 것을 쥐려 한다.
명함, 열쇠, 타인의 인정,
심지어는 지나간 시간까지.
쥐면 쥘수록
손끝은 무거워지고,
손의 온기를 잃는다.
하지만
죽음의 순간,
손은 다시 펴진다.
인생은 참 아이러니하다.
손을 펴며 끝나니까.
그때 남는 건
무엇을 쥐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건넸느냐이다.
할아버지가 생전에 하시던 말이 있다.
“사람은 손에 쥔 걸 남기는 게 아니라,
손으로 전한 걸 남기는 거란다.”
그 말이 이제야 마음에 와닿는다.
그 손은 나를 안아주었고,
지친 날엔 어깨를 토닥였고,
한밤엔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 기억은 지금도 따뜻하다.
시간이 흘러도 식지 않는다.
나는 오늘,
내 손을 바라본다.
무언가를 쥐고 살아온 손.
그러나
펴는 법을 잊어버린 손.
이 손이 마지막에 남길 것은
무엇일까.
차가운 물질이 아니라,
따뜻한 기억이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남는
손의 기억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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