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독 위의 제비, 어린 날이 가르쳐준 비행의 의미

어린 시절 여름은 늘 제비의 그림자로 열렸다.
검은 양복을 입은 듯한 몸매, 논 위를 스치는 칼날 같은 비행.
한옥 처마 아래 둥지는 매년 그 자리에 생겼다.

어머니는 떨어지는 배변을 막으려고 골판지를 받쳐두셨다.
나는 그 아래에서 작은 부리들이 벌어지는 순간을 지켜보며
세상에 저런 간절함이 또 있을까 생각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장마철.
마루 끝에서 젖은 깃털 하나가 떨고 있었다.
벽에 들러붙은 벼룩이 보였고, 작은 몸은 의지할 곳 없이 흔들렸다.

나는 새끼를 들어 소금독 위에 올려놓았다.
비가 들지 않는 가장 마른 자리.
장독대의 흙냄새와 젖은 공기가 그 위에 얇게 내려앉았다.

어린 나는 서툴렀다.
벼룩을 없애겠다고 에프킬라를 뿌렸다.
순간 새끼는 까맣게 쓰러졌고, 그 작은 몸을 바라보며 숨까지 가늘어졌다.
한참 뒤, 눈꺼풀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가벼운 호흡이 다시 들렸다.

나는 벌레를 잡아 먹여주었다.
새끼의 부리는 생각보다 단단했고, 날개는 하루가 다르게 모양을 찾아갔다.

며칠 뒤, 어미 제비가 처마를 맴돌았다.
그리고 조심스레 소금독 위로 내려앉았다.
짧고 정확한 동작.
어미는 말 없이 새끼에게 먹이를 건넸고, 나는 뒤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그 후 새끼는 마루와 소금독 사이를 오가며 작은 연습비행을 했다.
하늘로 오르기 전, 꼭 같은 자리에서 잠시 쉬었다 갔다.

그러던 어느 날, 흔적 없이 사라졌다.
날아올랐을 뿐인데, 집 안 공기가 갑자기 넓어졌다.

소금독은 한동안 그대로 두었다.
작은 발자국, 깃털 두어 조각.
햇빛이 그 위를 지나갈 때마다 무언가 조용히 남아 있는 듯했다.

세월이 지난 지금도 하늘을 보면 그 제비가 떠오른다.
돌아오지 않는 길이 있다는 것,
머무는 시간보다 떠나는 방향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
그 작은 생명이 조용히 알려준 진실이었다.

그리고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어디쯤 머물러 있고
어디로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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