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첫 글을 올린 날,
나는 휴대폰을 뒤집어 놓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괜히 다시 열어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 같아서였다.
그날 하루 방문자는 다섯 명.
그중 몇은 내가 눌렀을 것이다.
숫자는 늘 정직했다.
아무도 이 글을 기다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군더더기 없이 보여주었다.
그때 처음으로
이 길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글이 싫어서가 아니라,
아무 반응도 없는 시간이
사람을 조금씩 닳게 만든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글은 지우지 않았다.
잘 썼다는 확신이 있어서도 아니고,
다시 읽어줄 누군가를 믿어서도 아니었다.
그냥 그 문장들이
그날의 나를 가장 정확하게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자책을 처음 등록하던 날 밤도 비슷했다.
관리자 화면에 뜬 숫자들을 보며
괜히 노트북을 닫았다.
종이책처럼 손에 잡히는 무게도 없고,
서점의 냄새도 없었다.
모든 것이 화면 속에만 있었다.
며칠이 지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는 솔직히
책을 낸 기쁨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이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 무서웠다.
그만둘까.
다른 길로 갈까.
그 질문을 여러 번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은 날에도
나는 글을 쓰고 있었다.
잘 되지 않아도,
사람들이 읽지 않아도
글을 안 쓰는 쪽이
나에게는 더 불편했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확신이나 용기 같은 말 때문이 아니라,
이 일을 하지 않을 때
내가 더 흐트러진다는 사실 때문이라는 것을.
시련은 여전히 반갑지 않다.
다만 이제는 익숙하다.
이 길에서 만나는 시련은
나를 몰아내지 않고
계속 묻는다.
그래도 갈 거냐고.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도 자주 흔들린다.
성과가 미미한 날에는
여전히 마음이 얇아진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도망칠 방향이
더는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짧은 문장은 인스타그램에 남기고,
흘러가는 생각은 스레드에 흘려보내고,
긴 문장은 블로그에 눕힌다.
아직은 조용하다.
성과는 여전히 미미하다.
그래서 가끔은
이 길이 맞는지 묻는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 길을 벗어나면
내가 더 낯설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삶이란
잘 가고 있다는 증거보다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 하나로
버텨야 하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그 이유 하나로
이 길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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