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갯골 생태공원을 걷는다.
바람은 천천히 밀려오고, 갈대는 바람을 따라 나지막이 흔들린다.
갈대밭 사이 데크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어머니 생각이 난다.
갑작스럽게, 아주 조용하게.
어머니는 염전과는 관계없었다.
하지만 이곳의 바람, 흙냄새, 물 빠진 갯벌을 보면 이상하게 그분이 떠오른다.
햇빛이 염전 위를 지나가며 물 위에 작은 파문을 만든다.
그 흔들림이 마치 어릴 적, 어머니가 다듬던 이불의 주름 같다.
조용하고, 부드럽고, 정돈된 손길.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늘 무언가를 고르고 펴고 닦는 사람이었다.
입을 꾹 다문 채, 물 묻은 수건으로 유리를 닦을 때,
마치 마음까지 닦이는 것 같았다.
갯골을 따라 걷다 보니 물이 천천히 빠져나가고 있다.
소리도 없이, 아주 천천히.
어머니도 그런 분이었다.
말이 없어도 마음이 전해지고, 조용히 곁을 지키는 사람.
어릴 적, 비 오는 날 시장에서 돌아오던 길이 생각난다.
나는 투정을 부렸고, 어머니는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다른 손으로 내 손을 끌었다.
젖은 신발, 흙탕물, 그리고 그 손의 온기.
그 온도가 지금도 남아 있다.
염전 옆 창고에 기대 앉아 잠시 쉰다.
바람이 살에 닿는다.
이 바람에도 어머니가 있다.
빨래를 널고 들어오던, 손을 털며 부엌으로 향하던 그 발소리마저 바람에 실려오는 듯하다.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것들이 있다.
그건 시간이 알려준 일이다.
어머니는 말로 가르친 적 없지만, 삶으로 보여주셨다.
노을이 갯골 끝을 물들인다.
하늘은 천천히 붉어지고, 굴뚝엔 얇은 연기가 솟는다.
마치 어머니가 저녁 국을 끓이는 것만 같다.
된장국에 두부 몇 조각만 띄워도 참 든든했던 그 식탁.
나는 오늘도 걷는다.
이 길 위에서 어머니는 늘 뒤에 계신다.
보이지 않아도, 내 걸음 어딘가에서 함께 걷고 계신다.
그 사람은 내 인생의 소금 같은 존재였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없으면 모든 맛이 사라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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