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바람이 스치는 오후,
단지 안 작은 놀이터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삐걱거리는 소리.
아이 둘이 시소 위에서 서로를 올리고 있었다.
한 아이가 오르면, 다른 아이는 내려간다.
곧이어 반대가 된다.
서로의 무게를 받아들이고, 조율하며 웃는다.
그 단순한 오르내림이
어찌나 평화로워 보이던지
나도 모르게 숨을 고르며 바라보았다.
내가 어릴 적 타던 시소가 떠올랐다.
가볍던 내 몸을
가방으로 보태어 무게를 맞추던 기억.
친구가 더 무거우면
나는 발끝으로 땅을 밀며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았다.
그땐 누구도
내려가는 걸 실패라 하지 않았다.
누구도
상대를 밀어내지 않았다.
지금은 어떤가.
정치, 사회, 여론…
모두가 하나의 커다란 시소처럼 보인다.
누군가가 올라가려면
누군가는 반드시 내려가야 하는
어른들의 시소.
정권이 바뀌고
이야기가 바뀌고
사람들의 말도, 시선도
매번 방향을 바꾼다.
어제는 영웅, 오늘은 죄인.
비난받던 얼굴이
어느새 환영의 중심에 서 있다.
그 변화는 빠르고,
그 시소에는 웃음이 없다.
아이들은 천천히 탔다.
눈을 맞추며,
서로를 기다리며.
하지만 지금 우리는
더 빨리 올라가기 위해
더 세게 밀어내고 있다.
무게를 맞추기보다,
상대를 눌러야 내가 뜨는 세상.
시소는
수평을 위한 구조물이 아니다.
오르내림을 전제로 태어난 놀이기구다.
오를 때는 겸손히.
내릴 때는 여유롭게.
그리고,
상대가 있는 자리를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떠난 시소는
비어 있었지만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바람 때문일까.
남아 있는 체온 때문일까.
그 흔들림 속에서,
나는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함께 타는 일은
결국 서로를 존중하는 일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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