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하철에서 피어난 향기 — 사람 냄새 나는 순간

퇴근길 지하철.
앞좌석의 아이가 주스를 흘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쏠릴 때,
한 남자가 조용히 휴지 한 장을 꺼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바닥을 닦았다.
그저 자연스럽게, 해야 할 일을 하듯.
그 순간 나는 알았다.
향기는 그렇게 나는 것이구나.

요즘 세상엔 향기가 없다.
향수는 많지만, 냄새뿐이다.
진짜 향기는 사람에게서 난다.
불편함을 덮는 손끝,
남을 먼저 생각하는 한마디에서 피어난다.

회사 경비 아저씨가 생각난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좋은 하루 되세요.”
짧은 인사 한마디가
하루의 공기를 바꿔놓았다.

그건 단순한 말이 아니라
성실의 냄새,
진심의 온도였다.

향기 나는 사람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다.
그들의 향은 ‘봐달라’가 아니라
‘여기 있다’는 미세한 울림이다.

내 친구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그는 말이 많지 않다. 대신 행동으로 보여준다.
어려운 일이 닥치면 먼저 손을 내밀고,
술잔을 기울일 땐 끝까지 들어준다.
그의 말보다 더 믿음직한 건
그의 묵묵함이다.

그와 함께 있으면 공기가 다르다.
불안이 가라앉고,
마음이 조금 단단해진다.
그건 향기의 다른 이름이다 —
존중, 그리고 인간의 품격.

향기를 잃은 사람도 있다.
성과에 쫓기고, 비교에 익숙한 사람들.
그들 곁엔 냉기가 돈다.
말은 번듯하지만, 마음은 닫혀 있다.
그 속에서 나는 자주 숨이 막혔다.

그래서 알았다.
향기는 꾸밈이 아니라,
진심이 숨 쉬는 온도라는 걸.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앞서지 않아도 좋다.
누군가의 하루에 조용히 스며드는 향기.
그 한 줄의 기억이면 충분하다.

오늘,
무거운 짐을 든 노인에게 자리를 내드렸다.
그가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내 안에서도 향기가 피어났다.

나는 묻는다.
내가 지나간 자리엔 어떤 냄새가 남을까.
피곤함일까, 불안일까,
아니면 아주 잠시 머무는
따뜻한 향기일까.

언젠가 누군가가 내 이름을 떠올릴 때,
그 입가에
조용히 머무는 향 하나로
충분하리라.

*관련글 보기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나를 만나는 일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