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감성 글쓰기: 블로그부터 전자책까지, 나만의 브랜드를 만든 여정

살면서 스스로를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
누군가에게는 그림이, 또 누군가에게는 음악이 그 대답일 것이다. 나에게는 그게 글이었다. 특히 시는 나의 첫 언어이자 마지막 숨결 같은 존재였다.

짧은 문장 속에 감정을 눌러 담는 그 형식, 비유와 상징이 섞여 흐릿한 진심을 드러내는 그 방식이 좋았다. 시를 통해 말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시를 읽었고, 썼다. 발표나 출판을 염두에 두지 않고, 그저 나와 마주하기 위해 써내려간 시간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 글은 정말 누군가에게 닿고 있는가?

읽히지 않는 글의 쓸쓸함

내 시를 읽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너무 어렵다”고.
아주 소수의 독자들만이 시의 결을 이해했고, 대다수는 조심스레 눈을 돌렸다. 나는 당황했다. 글을 쓰는 건 외로운 일이지만, 완전히 혼자만의 세계에 머물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읽히는 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읽히지 않는 글은 존재의 의미를 가지기 어려운 게 아닐까.
그 생각이 점차 커지며, 나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되었다.

은퇴 후, 블로그라는 작은 출구

나는 은퇴 후, 더 많은 시간을 글에 쓸 수 있었다. 그 시간은 또 다른 선물이었다. 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블로그를 통해 독자에게 먼저 다가가보기로 했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개설했다. 시처럼 읽히는 수필, ‘감성 수필’이라는 나만의 장르로 시작했다. 일상 속의 단상, 감정의 흔들림, 지나간 풍경들을 간결하게 기록했다.

하지만 곧 현실에 부딪혔다.
감성 수필은 검색 노출이 잘 되지 않았다.
SEO 최적화, 키워드 밀도, 메타 설명 같은 개념은 모두 낯설었다. 나는 글만 쓰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글을 보이게 하는 것까지도 작가의 몫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애드센스 승인 실패와 워드프레스 이주

수익화도 해보고 싶었다. 작은 용돈이라도, 내 글이 보람으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구글 애드센스는 번번이 승인을 거절했다. 내가 쓴 글은 광고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블로그 운영 6개월쯤, 조금씩 유입이 늘어나고 애독자도 생겼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결국 나는 워드프레스로 블로그를 이사하기로 했다. 더 나은 검색 노출과 구조적 독립성을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고, 검색엔진에 쌓아 온 데이터도 포기해야 했다.
워드프레스는 자유도가 높은 만큼, 관리도 까다로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배웠다.

글을 쓰는 일은 고독하지만, 보여지는 글을 만드는 일은 전략이라는 사실을.

전자책 출간, 내 기록을 하나의 책으로

블로그에 올렸던 70편의 감성 수필을 묶어 전자책으로 출간했다.
처음에는 지인들이 사주어 시 부문 1위에도 올랐지만, 시간이 지나자 판매는 멈췄다.

그 경험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책을 낸다는 것은 시작일 뿐, 끝이 아니다.
독자는 쉽게 오지 않는다. 브랜드가 없는 작가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이제는 단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쓰고, 어떻게 전할 것인가까지의 과정이 모두 글쓰기라는 것을 체감했다.

브랜드를 만드는 작가들, 그리고 나의 시도

SNS의 세계는 넓었다.
나는 인스타그램과 스레드(Threads)를 시작했다. 짧은 문장, 사진 한 장, 해시태그 몇 개로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하고 있었다.

많은 작가들이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있었다. 누군가는 굿즈를 만들고, 누군가는 뉴스레터를 발행하며 독자를 쌓아갔다.

이제는 출판사, 공모전, 심사위원이 문을 열어주는 시대가 아니다.
읽는 이가 곧 등단이고, 반응이 곧 평론이다.

글이 곧 나고, 나는 곧 브랜드라는 문장을 마음속에 새겼다.

지금, 나는 시처럼 살아가고 있다

지금 나는 은퇴 후 블로그를 운영하고, 매일 감성 수필을 쓰며 인스타그램에 글과 사진을 올리는 삶을 산다.
과거보다 더 바쁘고, 더 단단하다.
누군가가 내 글을 기다린다는 사실 하나로, 내 하루는 충만하다.

글은 여전히 어렵고, 때론 외롭다. 하지만 이 길을 택한 것이 후회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길 위에서 나는 나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를 쓰던 젊은 날처럼, 지금도 나는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는다.
다만 지금은, 그것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 보태졌을 뿐이다.

📘 그리고 지금도 나는 믿는다.
내 글이 누군가의 하루 끝에 작은 위로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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