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교사 연금 공개, 은퇴 후 삶을 바꾸는 문자 한 줄의 무게”

이따금 아침 햇살보다 먼저 도착하는 게 있다.
연금명세 문자다.
[사학연금] 11월 급여 3,527,970원이 입금되었습니다.

단 28자의 문자.
나는 그 문자를 몇 초간 바라보다가, 조용히 휴대폰을 엎어놓는다.
삶의 한 시기가 숫자 한 줄로 환원되는 그 느낌은 조금 쓸쓸하고, 한편으론 감사하다.

나는 교사였다.
고등학교에서 32년, 그리고 군 복무 27개월.
정년까지는 1년 반이 남았지만, 2023년 2월 말,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떠나는 날, 복도는 조용했고, 교실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그 풍경 속에서 나만이 무겁고, 나만이 느리게 움직였다.

명예퇴직원을 제출하던 순간의 떨림이 아직도 기억난다.
손끝이 찬 커피잔처럼 떨리고 있었고, 내가 나에게 한마디 건넸다.
“이제는 네가 살아야 할 시간이다.”

연금은 안정이다. 그러나 동시에 경계다.
이 돈으로 하루하루를 지킬 수는 있어도, 의미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처음엔 ‘이만하면 되었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오래된 책상에 앉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나를 발견한 날, 나는 다짐했다.
쓸 수 있을 때, 쓸 수 있는 것을 쓰자.
그게 내가 살아온 방식이었고, 여전히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요즘 나는 블로그에 문학수필을 연재하고 있다.
조회수는 고요하고, 댓글은 한동안 들리지 않는다.
문학수필은 인기 장르가 아니다. 그것은 대체로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진심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고.
어떤 문장이, 어느 날 누군가의 마음 한 자락을 가만히 어루만질 수도 있다고.

한 번은 댓글이 달렸다.
“선생님, 은퇴 후에도 이렇게 글을 쓰시다니 멋져요. 저도 용기 낼게요.”
그 짧은 문장을 읽으며 나는 오히려 위로받았다.
사람이란 참 이상하다. 주려고 시작했는데, 결국 받게 되는 게 더 많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요즘 어떠세요? 연금이면 넉넉하잖아요.”
나는 조용히 웃는다.
“숫자는 넉넉할지 몰라도, 삶은 여전히 채워가는 중입니다.”
그 말 뒤엔 꼭 덧붙이고 싶다.
“다만, 채워가는 방식이 조금 더 여유롭고, 조금 더 나다워졌어요.”

연금명세 문자 한 줄이 나를 먹여 살리지만,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건 여전히 글 한 줄이다.

오늘도 커피를 내리고, 노트북을 연다.
가끔은 시간을 되돌려 다시 교실로 가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말을 걸 수 있다면,
그것이면 충분하다.

젊은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노후의 준비는 숫자만이 아니다.
당신만의 문장을 남겨라.
그것은 어느 날, 숫자보다 훨씬 더 큰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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