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은 죄가 없다: 오해를 벗긴 한 그릇의 진실”

밤이 깊을수록 입맛은 깨어난다.
하루를 견뎌낸 몸은 조용히 묻는다.
무언가 따뜻한 걸, 간단하게, 금방 먹을 수 없을까.

그럴 때 가장 먼저 손에 잡히는 건, 라면이다.

물을 올리고, 면을 풀고, 스프를 넣는다.
대파를 송송 썰고, 계란을 하나 툭 깨뜨린다.
김치 한 점을 곁들이면
단출하지만 위로가 되는 한 끼가 완성된다.

하지만 우리는 라면을 먹으면서
어딘가 모르게 죄책감을 느낀다.

몸에 안 좋다.
방부제가 들어 있다.
나트륨이 많다.
조미료가 듬뿍 들어 있다.
영양가가 없다.
먹고 자면 얼굴이 붓는다.

이런 말들은 너무 오래, 너무 자주 반복돼
이젠 라면을 편하게 먹는 것도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러나 이 오해들은, 정말 근거가 있는 걸까?

지금 시판되는 라면 대부분은
방부제를 넣지 않는다.
기름에 튀기는 제조 과정에서
수분이 제거되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식품안전 기준에 따라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어
불안해할 이유는 없다.

조미료에 대한 오해도 오래됐다.
특히 MSG는 오랫동안 비난을 받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식품안전청(EFSA) 등
세계적인 기관들이 모두
“인체에 무해하다”고 결론 내렸다.

라면에 들어 있는 MSG는
매우 소량일 뿐만 아니라
요즘은 다시마, 버섯, 멸치 추출물 같은
천연 조미료로 풍미를 내는 제품도 많다.
조미료는 음식의 ‘조연’일 뿐,
그 자체가 건강을 해치지는 않는다.

또 하나의 오해는,
라면이 영양가가 없다는 이야기다.

라면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 모두 들어 있는
기본적인 식사 구성이다.
여기에 계란, 두부, 채소를 넣으면
충분히 균형 잡힌 한 끼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최근의 라면에는
비타민 B1, B2, 나이아신, 칼슘, 철분 등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가 강화된 제품들도 많다.
포장지 뒷면을 보면, 생각보다 많은 영양 성분이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영양가가 없다”는 말은
라면만 달랑 먹을 때의 이야기다.
그것은 어느 음식이든 마찬가지다.

나는 자정 무렵 라면을 끓이곤 한다.
어쩌면 몸에는 좋지 않은 시간이다.
늦은 밤의 음식은 소화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한 그릇은
비어 있는 마음을 채우는 작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모든 음식이 건강해야 한다는 강박은
때로 우리를 더 지치게 만든다.
완벽한 식사는 없다.
조금 부족해도, 조금 짜도,
그날의 나에게 꼭 맞는 한 끼가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라면은 언제나 곁에 있었던 음식이다.
지갑이 가벼운 날에도,
냉장고가 텅 빈 날에도,
요리할 여유가 없는 날에도.

하지만 그 익숙함 때문에 우리는
그를 가볍게 여기고,
때로는 나쁘게 단정짓는다.

음식은 죄가 없다.
잘못된 습관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매일 라면만 먹고
물도 마시지 않으며
국물까지 다 들이켜고 바로 잠자리에 든다면
문제는 라면이 아니라
그렇게 먹는 우리의 태도다.

진짜 해로운 건 음식이 아니라
그 음식에 덧씌워진 오해일지도 모른다.

미원이 그랬듯,
라면도 언젠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그 자리는 멀지 않다.
지금 이 밤,
물 끓는 소리 속에 익어가는
한 그릇의 따뜻함 속에 있다.
우리가 너무 빨리 단정짓지 않는다면,
그 음식은 여전히
마음을 채우고, 삶을 데워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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