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이었다.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방 안엔 정적이 흘렀다.
나는 말없이 창문을 닫았고, 당신은 내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날 밤,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전혀 다른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당신은 곧 나야.”
한때 우리가 자주 나눴던 말이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서로를 닮고 싶어 했다. 감정 하나, 말투 하나까지도.
하지만 그 말은 무거운 족쇄가 되었다.
나는 당신이 나처럼 생각하기를 바랐고, 당신은 나의 방식대로 상처받지 않기를 원했다.
어느 날, 나는 터졌다.
“나도 살아야 해.”
그 말은 이기적인 고백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마지막 외침이었다.
당신은 말이 없었다.
그저 눈을 깜빡이며,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그 순간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단지 견디고만 있었다.
관계가 무너지는 순간은 늘 그렇게 조용했다.
사랑은 서로를 품는 일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사랑은 서로를 놓아주는 연습에 가까웠다.
나와 당신은 달랐다.
느끼는 속도도, 말의 무게도, 상처의 깊이도 달랐다.
그 다름을 끝내 감싸주지 못했다.
사랑이 고통스러웠던 이유는, 내가 당신이 되려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신도 나를 닮으려 애썼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를 위한다고 말하면서도, 결국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고함쳤다.
사랑이 끝날 무렵, 나는 알게 되었다.
사랑은 내가 너가 되는 일이 아니라, 내가 나인 채로 너를 존중하는 일이라는 것을.
지금도 가끔 당신을 생각한다.
차가운 겨울날, 창가에 앉아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을.
우리는 쉼터가 되기엔 너무 날이 서 있었다.
그럼에도, 그 시간들은 사랑이었다.
상처였지만, 동시에 내가 가장 인간다웠던 순간이었다.
사랑은 완벽함이 아니다.
사랑은 서로의 고독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함께 있어주는 용기다.
나는 이제 사랑이 두려우면서도,
다시 사랑을 말하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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