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은 가을이었다.
햇살은 부드러웠고, 바람은 얇았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뜨거운 커피를 마셨는데,
입안에 남은 건 온기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향도, 맛도, 감정도.
무언가 이상했다.
친구가 말했다.
“요즘 너, 좀 멀어진 것 같아.”
속으로 대답했다.
“나도 그렇게 느껴. 그런데, 그게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
웃어야 할 때 웃었고
걱정해야 할 때 걱정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거기 없었다.
그냥, 자동으로 반응하는 기계 같았다.
언젠가 내 마음은 분명 나에게 있었다.
첫사랑에게 편지를 쓸 때,
아버지의 손등에 난 상처를 처음 봤을 때,
혼자 울며 걷던 밤의 골목길.
그 순간들엔,
말도 안 되게 또렷한 감정이 있었다.
몸이 기억하는 진심들.
나는 마음을 어디에 두고 왔을까.
다른 사람을 배려한답시고,
그들의 기대를 만족시키느라,
조금씩 마음을 덜어주다 보니,
남은 건 텅 빈 나였다.
모두가 괜찮다고 하니까
나도 괜찮은 줄 알았다.
그게 제일 위험했다.
어느 날, 혼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공원,
바람이 나뭇잎을 쓸고 지나갔다.
그때 아주 잠깐,
정말 아주 잠깐—
가슴 어딘가가 저릿했다.
그 감정의 찰나.
그게 내 마음이었다.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신호.
마음은 쉽게 떠난다.
그러나 완전히 떠나지는 않는다.
나는 이제 천천히 돌아가 보려 한다.
마음을 잃어버린 그 장소들로.
말을 아끼던 날, 억지로 웃던 날,
“괜찮아”라고 말하며 무너졌던 날들로.
그곳에,
내 마음이 잠들어 있다.
그리고 나는 매일 묻는다.
“지금, 넌 어디에 있니?”
그 질문은
언제나 마음을 다시 데려오는 시작이다.
📍 조금씩, 내 마음이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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