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새는 왜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까.
먹을 것이 있어서만은 아니다. 그곳엔 익숙함이 있고, 마음을 끄는 냄새가 있고, 잠시 머물고 싶은 기분이 있다.
내게 고속도로 휴게소란 그런 곳이다.
교사라는 직업은 매일 정해진 일상을 살아가게 하지만, 방학이라는 선물도 함께 준다. 방학이 시작되면 우리 가족은 어김없이 국내여행을 떠났다. 아이들 손을 잡고, 부모님을 모시고, 짐을 챙겨 차에 오르는 순간, 나는 일상에서 살짝 벗어난 자유를 느꼈다.
목적지는 계절마다 달랐지만, 그 길목에는 언제나 고속도로 휴게소가 있었다. 어떤 때는 쉬어 가기 위해, 또 어떤 날은 그냥 들르고 싶어서 멈췄다. 휴게소는 여행의 중간에 마주치는 작은 마을 같았다.
차를 세우고 문을 열면, 바람 사이로 군것질 냄새가 흘러왔다. 오징어 굽는 냄새, 호두과자 굽는 소리, 김이 나는 어묵 국물. 그런 것들이 여행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들고 아이들과 간식을 고르다 보면, 어느새 길 위에서 작은 축제가 열리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지금은 사라진 자율식당이다. 한때는 많은 휴게소에서 볼 수 있었던 풍경. 줄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원하는 반찬을 쟁반에 담고, 마지막에 계산하는 방식. 참 단순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세 식구가 하나씩 반찬을 골라 담으면, 그 쟁반 위엔 자연스럽게 푸짐한 밥상이 완성됐다. 나는 청어구이를 자주 선택했다. 짭조름한 살에 하얀 밥 한 숟가락 올려 먹는 맛은, 어릴 적 어머니의 밥상과 닮아 있었다. 요즘은 그런 자율식당을 찾아보기 어렵고, 청어구이도 이제는 추억 속의 음식이 되어버렸다.
나는 경기도 시흥에 살고 있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를 지나야 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흥하늘휴게소를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대한민국 최초의 상공형 고속도로 휴게소다. 브릿지 스퀘어라는 이름처럼, 도로를 가로지르며 하늘 위에 놓인 다리 위 공간에 만들어져 있다. 처음 이곳을 지났을 땐, 이런 구조의 휴게소도 있을 수 있구나 싶었다. 지금은 이곳이 익숙하고, 반갑고, 무엇보다 편안하다.
하늘휴게소에 들르면 옷을 구경하는 사람도 있고, 도자기를 살펴보는 어른도 있다. 아이들은 장난감 코너에 발이 묶이고, 나는 커피를 마시며 고속도로 위의 흐름을 잠시 바라본다. 이곳의 가장 특별한 점은 양쪽 방향의 휴게소를 다리를 통해 오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고속도로의 반대편으로 직접 건너가는 경험은, 왠지 모르게 해방감을 준다. 물리적인 이동이지만 마음까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잠시 멈춰 선 그 공간에서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차를 타고 달릴 준비가 되면,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문을 닫는다. 그리고 차창 너머로 하늘휴게소를 바라본다. 다음에도 여길 그냥 지나치진 않겠구나, 마음속으로 그렇게 다짐하며.
여행은 늘 목적지를 향해 가지만, 그 길 중간에 만나는 풍경들이 때로는 더 오래 남는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그런 곳이다. 길 위에 있지만, 길 밖의 감정을 선물해주는 공간. 그래서 나는 이곳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이, 나도 하늘휴게소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국내여행의 숨은 즐거움은 목적지뿐 아니라 그 과정에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그 짧은 순간의 여정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시흥하늘휴게소처럼 구조와 풍경, 그리고 분위기까지 색다른 장소는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가 된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때, 길 위에서 머무는 감각을 느끼고 싶을 때, 휴게소라는 공간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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