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전자책을 출간한 날: 빛으로 태어난 책과 작가의 마음

오늘, 내 첫 전자책이 세상에 나왔다.
종이책을 냈을 때보다 가슴이 더 크게 뛰었다.
손으로 만질 수 없는데도, 오히려 더 가까이 와 닿았다.
마치 오래 품어온 문장을
누군가의 손바닥 위에 갑자기 올려놓은 느낌이었다.

이번에 출간한 전자책의 제목은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마음이 남았다」다.
말로 다 하지 못한 시간과
스쳐간 감정들이
어디엔가 남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붙인 이름이다.
그 제목을 화면으로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처음이라는 건 늘 조심스럽다.
조심스러움은 설렘이 되고,
설렘은 묘하게 두려움과 닮아 있다.
지인들의 반응도
그 두 감정의 경계에 서 있었다.
스마트폰에 약한 이들은 접근조차 어려웠고,
젊은 친구들은
“이제야 시대를 만났네요”라며 웃었다.

나는 그 말들 사이에서
잠시 멈춰 생각했다.
책이 더 이상
종이로만 태어나지 않아도 되는 시대.
내 문장은 활자를 벗고
빛이 되어 움직인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전자책은 가볍다.
스마트폰 하나에 수천 권이 들어가고,
잠드는 순간까지
불을 끌 필요도 없다.
읽던 자리도 놓치지 않고,
기억을 잃을 걱정도 없다.
페이지는 잊어도,
책은 나를 잊지 않는다.

하지만
편리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책은 결국
사람에게 닿아야
살아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편리함이 문학의 온도를
해치지 않을까
잠시 걱정도 했지만,
빛으로 된 문장 역시
마음을 향해
조용히 스며들 수 있으리라
스스로를 설득해 본다.

접근성은 확실히 높아졌다.
종이책을 위해
거쳐야 했던 문턱들이 사라지고,
내 글은 곧바로
누군가의 눈앞으로 날아간다.
이건 조금 위험하고,
조금 아찔하고,
많이 솔직한 방식이다.
편집실도, 창고도, 택배도 없다.
오직 글과 독자만 있다.

문제는 그 바다의 크기다.
하루에도 수백 권이 쏟아진다.
새로운 책들은
물결 위에서 잠시 흔들리다
곧 잦아든다.
읽히지 않는 책도,
끝내 닿지 않는 문장도
수없이 많다.
작가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나도 알고 있다.
책을 내는 목적이
판매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어딘가에서는
조심스레 바란다는 것을.
내 문장이
누군가의 어둠을
잠시 덜어주는 순간이 오기를.
한 문장 때문에
하루가 조금 더
부드러워지기를.
기대는 늘 사람을 들뜨게 하고,
곧 조금 식게 한다.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가벼웠다.
손에 잡히지 않는 책이라 그런지,
나의 마음을
오히려 더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빛으로 된 문장 하나가
누군가에게 닿을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가능성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환했다.

책이란 결국
작은 기도 같다.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는 기도,
필요한 사람에게
닿기를 바라는 기도,
그리고
설령 닿지 않더라도
다시 쓰고 싶다는
작은 다짐.

오늘,
내 첫 전자책이 태어났다.
팔릴지, 묻힐지, 잊힐지 모른다.
하지만
‘처음’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하다.

빛으로 떠올라
어디쯤에서
누군가의 마음에
잠시 닿았다가
조용히 사라질지라도—

그 짧은 머뭇거림이
누군가에게
작은 쉼표가 되기를 바란다.

그 생각 하나면,
오늘은
조금 덜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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