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싫은 날, 대부도로 향한 조용한 감정 회복의 시간

전화가 울렸다.
단순한 알림음인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누군가의 안부, 업무, 요청, 혹은 질문일 것이다.
그 어느 것도 지금의 나에겐 감당하기 힘들다.

나는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무음으로 전환하고, 휴대폰을 가방 깊숙이 넣었다.
누구와도 연결되고 싶지 않은 날이었다.

말을 걸지 말아달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지금 나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조용히 있고 싶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더는 “괜찮아”라고 대답할 여유조차 없는 날이었다.

차를 몰고 아무 방향 없이 달렸다.
도심을 벗어나자 비로소 숨이 쉬어졌다.
끝도 없이 이어진 고속도로.
그리고 어느새, 대부도가 가까워졌다.

바다로 가는 길,
나는 내내 아무 생각 없이 달렸다.

대부도 바다는 오늘도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침묵에서 가장 큰 위로를 받았다.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아도 괜찮은 공간.
눈물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공기.

바닷바람이 내 머리칼을 뒤흔들었고,
파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스스로에게 처음으로 물었다.
너 괜찮니?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게 좋았다.

이 날, 나는 대부도 바다에서 감정 회복을 시작했다.
그 어떤 상담도, 책도 해줄 수 없던 위로였다.
조용한 시간은 내 마음을 어루만졌다.

사람은 왜 항상 연결되려고만 할까.
모든 알림이 사랑은 아니다.
모든 대화가 공감은 아니다.

혼자 있고 싶은 날,
그 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도
어른이 되어가는 한 부분일지 모른다.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전화기는 여전히 말을 걸어오고,
세상은 쉬지 않고 움직인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다.
나는 도망간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멈췄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번에도 전화가 싫은 날이 오면
나는 또 사라질 것이다.
조용히, 대부도처럼.

당신도 그런 날이 있다면, 사라져도 괜찮다.
그건 도피가 아니라 자기 치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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