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책을 두 권 냈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무게였다.
적당히 팔렸고, 적당히 읽혔다.
누군가는 내 책에 밑줄을 그었고, 누군가는 책장을 넘기다 덮었다.
그 모든 반응이 나에게는 의미였다.
그런 내가 지금, 전자책을 낸다.
한 줄도 인쇄되지 않은 책.
손에 잡히지 않고, 냄새도 없고, 표지도 없는 책.
책장에서 내 책을 꺼내 누군가에게 건넬 수도 없다.
그저 스크린 속 링크 하나.
클릭되면 열리고, 다시 클릭하면 사라진다.
종이책을 처음 냈을 땐, 내가 ‘세상에 말을 거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세상에 조용히 묻는 느낌’이다.
“혹시, 이런 문장을 기다린 사람이 있을까요?”
요즘은 모두가 스마트폰을 본다.
버스에서도, 침대에서도, 화장실에서도.
세상은 읽지 않는다. 그냥 흘러본다.
글은 이제, 멈추기보다 지나가는 것이 되었다.
그런 세상에 나는 멈춘다.
다시 수필을 쓴다.
문장을 ‘읽히게 하려는’ 게 아니라,
‘남게 하려는’ 마음으로.
며칠 전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낡은 책을 꺼냈다.
안쪽엔 누군가의 낙서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밑줄이었다.
“세상은 그를 기억하지 못해도, 그는 글로 자신을 기억했다.”
이 문장을 밑줄 그은 사람은, 아마 지금의 나와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팔리지 않는 시대, 읽히지 않는 시대,
그래도 문장을 남기고 싶은 마음.
그래서 이번 책은, 한 권이 아니라 한 문장이다.
책 전체가 단지 그 문장 하나로 귀결되어도 좋다.
단 한 줄이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린다면,
그걸로 족하다.
전자책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엔 닿을 수 있다.
책이 종이가 아니라 ‘의도된 기록’이라면,
나는 지금도 분명 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출판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나는 다시 질문한다.
이 책을 누가 읽을까? 누가 기억할까?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묻는다.
이 책이, 어디까지 닿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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