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내 하루는 클릭으로 시작해 로그아웃으로 끝난다.
세상은 창문이 아니라, 창 속에서 열리고 닫힌다.
손끝은 길을 찾지만, 마음은 여전히 미로에 갇혀 있다.
어느 날, 무심코 뜬 광고창 하나가 나를 멈춰 세웠다.
“길을 잃으셨군요. 길을 찾고 싶다면 여기를 누르세요.”
순간 웃음이 났다. 누군가 내 마음을 정확히 짚은 듯했다.
그날 이후 나는 아침마다 운세를 읽는다.
오늘의 행운 지수, 사랑 지수, 감정 지수.
모두 0과 1로 만들어진 위로의 문장들이다.
사랑을 하고 싶을 때면 ‘❤ 단추를 누르세요’라는 문장이 뜬다.
나는 그 문장 앞에서 잠시 머문다.
누르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다.
사랑이 그립다는 걸.
요즘의 사랑은 클릭 한 번으로 시작되고, 또 한 번으로 끝난다.
하지만 진짜 외로움은 연결이 끊겨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초록불을 바라보며 여전히 혼자임을 아는 순간 찾아온다.
가끔은 화면이 나를 위로한다.
“슬픔은 이제 그만, 행복지점을 클릭하세요.”
그 문장은 마치 낯선 이가 건네는 미소 같다.
나는 그 말을 믿고 싶어 천천히 창을 닫는다.
슬픔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그 말이 내 마음을 아주 조금 따뜻하게 덮는다.
세상은 빠르게 흘러가는데, 마음은 늘 머뭇거린다.
사랑도, 희망도, 믿음도
긴 로딩 끝에 겨우 모습을 드러낸다.
가끔은 그 기다림이 지겹지만,
어쩌면 그 시간 속에만 사람의 숨결이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한때는 ‘요청하신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문장이 두려웠다.
이젠 그 문장을 좋아한다.
찾을 수 없다는 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삶은 늘 미완의 페이지다.
누군가를 잃고, 기회를 놓치고, 후회를 새로고침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날, 화면 아래 문구 하나가 떠오른다.
“다시 시도해 주세요.”
이 문장은 이제 나에게 기술의 문법이 아니라, 삶의 언어가 되었다.
사람들은 더 많이 연결되지만, 마음은 더 고립된다.
길을 잃은 사람은 지도를 켜지만,
방향을 잃은 마음은 여전히 제자리에서 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운세창을 연다.
거기엔 신비도, 진리도 없지만
누군가 남겨둔 문장이 나를 오늘 하루 버티게 만든다.
“괜찮아요, 당신은 잘하고 있어요.”
그 말이 전송 오류 없이 도착하기를 바란다.
아마 그것은 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어딘가 외로운 이가 남겨둔 코드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믿는다.
그 외로움이, 결국 사람을 사람에게 연결한다고.
오늘도 컴퓨터를 켠다.
세상은 여전히 로딩 중이고,
나는 여전히 검색 중이다.
화면 한구석에서 문구 하나가 반짝인다.
“당신의 행복이 곧 실행됩니다.”
나는 마우스를 멈춘다.
클릭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문장은 이미 내 안에서 조용히 실행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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