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른 입술 위로
미세하게 갈라진 바람이 스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목이 탔다.
말하려다 삼킨 문장들이
목 안에서 모래처럼 부서지는 날이었다.
도시에 살아도,
사람들 틈에 있어도
가끔 나는
사막 한가운데 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시간은 흘러가는데
나는 가만히 있다.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전진하는 느낌이 없다.
그럴 땐,
낙타를 떠올린다.
아니,
그 낙타가 나였으면 하고 바란다.
낙타는 사막을 ‘건넌다’고 하지만
실은 사막에 ‘머무는’ 존재다.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모래의 무늬를 견디는 것.
낮과 밤,
뜨거움과 차가움 사이를 수없이 오가며
그저
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
어릴 적엔
빠르게 사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속도가 인생이고
속도가 성공이라 여겼다.
그런데
이루는 순간보다
버티는 순간이 훨씬 많았다.
그때 떠오른 낙타.
며칠을 아무것도 먹지 않고
말없이 걷는 그 동물.
절제가 아니다.
그건
포기하지 않음이다.
욕망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묶어두는’ 일.
언젠가 닿을 오아시스를 믿으며
지금의 고요를 견디는 것.
그리고
어쩌다 마주치는 작은 오아시스.
잔잔한 물이 반짝이고
손바닥만 한 그늘이 생긴다.
누군가는 지나치지만
누군가에게는
생명의 물이다.
삶도 그렇다.
크고 거창한 성공이 아니어도
사소한 한순간이
우리를 살린다.
하루는
버스 창가에 기대어 하늘을 봤다.
구름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흘러갔다.
옆자리 아이가 말했다.
“하늘이 느리게 움직여.”
나는 웃으며 답했다.
“그래야 오래 볼 수 있지.”
낙타처럼.
어쩌면 인생은
목적지에 이르는 여정이 아니라
속도를 견디는 훈련인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바늘구멍 앞에 서 있다.
들어가기엔 너무 많고
돌아서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하나씩 내려놓는다.
마음의 짐
시간의 욕심
그리고 말하지 못한 문장들.
바늘귀는 작지만,
그 너머엔 분명
실이 꿰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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