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오면 마음이 먼저 간질거린다.
손끝이 아니라, 가슴 속이.
낙엽을 밟는다.
바스락, 소리 하나에 발걸음이 멈춘다.
혼자인데도 누군가와 함께 걷는 듯하다.
외로운 건 아니다.
오히려 설렌다.
스쳐 간 연애도, 길가의 커플도
모두 내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가을은 추억을 불러내되
상처로 만들지 않는다.
그저 삶을 조금 더 다정하게 물들인다.
그러다 문득, 꿈꾼다.
초가집에 단풍나무.
닭을 키우고, 고추를 말리고,
저녁이면 국화차를 들고 앉는 삶.
하지만 현실은 아파트.
베란다, 전기주전자, 믹스커피 한 잔.
그럼에도, 따뜻하다.
그 소박함이 오늘을 버티게 한다.
가을은 시작도, 끝도 아니다.
사이의 계절.
흔들리는 마음은 그 틈에서 제 얼굴을 드러낸다.
나는 그 불완전함이 좋다.
너무 선명하지 않아서.
흐릿한 여백 속에서
삶은 오히려 깊어진다.
낙엽 위를 걷는다.
문득 알게 된다.
가을의 간지러움은,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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