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ngpoet

우체국 앞에서 떠올린 손편지는 삶을 닮아 있었다. 결과는 단지 도착일 뿐, 그 과정이 진짜 의미다. 묵묵히 하루를 버티는 사람, 끝까지 문제를 붙잡는 아이처럼 보이지 않는 과정 속에 삶의 무게가 담긴다. 우리는 오늘도 그런 편지를 기다린다.

사람 속에서 예민하게 반응하며 지쳐왔던 시간들. 하지만 그것은 사람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쉽게 물들어버리는 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고요는 회피가 아닌 존엄이며, 혼자는 사랑을 거부한 게 아니라 더 깊이 기다리는 또 다른 방식임을 깨닫는다.

습한 자취방 벽에 피어난 곰팡이는 지워야 할 얼룩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삶을 닮은 은유가 되었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곳에서 자라며 버티는 곰팡이의 모습은, 한때 멈춰 있던 나의 시절과 닮아 있었다. 못생겼지만 진짜였고, 결국 그 역시 꽃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목적 없이 떠난 강화도 길에서 만난 초록 들판. 바람에 흔들리는 볏잎은 지친 마음을 내려놓게 하고, 잊고 있던 기억과 시간을 되살려준다. 초록은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 주는 존재. 그것만으로도 다시 숨 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버려진 것들의 마지막 안식처인 쓰레기통.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통이 아니라 세상을 정화하는 존재다. 남들이 내뱉은 실수와 상처, 감정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모습 속에서, 인간이 배워야 할 침묵과 품음의 태도를 발견한다.

교실의 공기는 매일 다르다. 웃음이 넘치기도, 삐딱한 감정으로 가득 차기도 한다. 그 속에서 교사는 스스로에게 주문처럼 말한다.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작은 말은 씨앗이 되어 아이의 마음에 싹트고, 결국 교사의 마음도 바꾼다. 교육은 결과가 아닌 과정임을 다시 배우게 하는 하루의 기록.

2001년 봄, 설치된 칠판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기억의 벽이 되었다. 분필 가루 속에서 학생들의 공식과 시, 고백과 위로를 기록하며 세월을 견뎌온 칠판. 지워졌다고 생각한 이야기들은 여전히 남아, 오늘도 아이들의 꿈과 내일을 비추고 있다.

친구가 보내준 산천보세란 난초. 예민하게 시들어가는 그 꽃을 돌보며, 결국 나 자신도 작은 온기와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시듦과 다시 피어남의 순간 속에서 삶의 의미를 되묻는 사색의 수필.

누군가의 성공 앞에서 피어나는 시기심, 그 감정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비추는 거울이자, 다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내 마음의 밭에 작지만 단단한 씨앗을 심는 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복잡한 과거, 월남전의 기억 위에 쌓인 경제적 협력과 감정의 회복. 김우중 회장의 투자, 박항서 감독의 활약, 그리고 베트남 청년들의 눈빛 속에 담긴 미래의 가능성까지. 전쟁의 상흔에서 신뢰와 존중으로 나아가는 두 나라의 이야기를 따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