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맞았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건 분노도, 훈육도 아니었다.
그저 말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던, 묘하게 익숙한 세상의 질서 같은 것이었다.
소리가 뺨보다 먼저 닿았다.
공기를 가르며 스친 파문이 지나가고, 곧바로 뜨겁고 묵직한 감각이 얼굴을 덮었다.
놀랄 겨를도 없이 표정이 무너졌다.
“인상 쓰지 마.”
말 한마디가 뒤따라왔다.
나는 부서진 얼굴 위로 서둘러 웃음을 걸쳤다.
그 어설픈 웃음이 모욕이라도 된 듯, 다시 손이 날아왔다.
웃어도 안 되고, 울어도 안 되는 시간.
허락된 표정은 아무것도 없었다.
눈물이 흘렀다.
억울함도, 서러움도 아니었다.
몸이 알아서 흘려버린 감정의 잔여물일 뿐이었다.
“울어? 누가 울랬어?”
그 순간, 나는 무표정이라는 방패를 배웠다.
울지도 않고, 웃지도 않는 것.
흔적을 지우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걸 본능이 먼저 깨달았다.
그의 손끝이 내 귓불을 잡았다.
모순되게도, 익숙한 톤으로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즐거워야 해.”
이 말은 손바닥보다 오래 남았다.
피부보다 깊숙이 박혀 나를 오랫동안 따라다녔다.
그날 이후 나는 웃을 때도, 울 때도
이 감정이 정말 내 것인지, 늘 한 번 더 확인하게 되었다.
이제는 안다.
약한 자의 표정은 감정이 아니라 생존이다.
웃음처럼 보일 때도, 돌처럼 굳을 때도
그 속엔 수많은 계산과 선택이 숨어 있다.
진짜 아픈 건 뺨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 어떤 표정을 골라야 하는지,
그 마음속에서 이어지는 연산.
그것이야말로 손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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