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당 한켠, 네 가족이 앉아 있었다.
부부와 아이 둘.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모두가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말은 없었고,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익숙한 풍경이었다.
이제는 거실에서도, 식당에서도 대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예전엔 달랐다.
집마다 거실엔 TV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TV 앞엔 늘 누군가 앉아 있었다.
우리 집의 그 자리는, 아버지의 자리였다.
아버지는 말씀이 적으셨다.
TV 뉴스를 보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시거나,
드라마가 끝날 즈음이면 조용히 리모컨을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그 짧은 행동 하나가
우리에겐 하루의 마침표였다.
요즘처럼 모두가 각자의 화면을 보는 시대엔
그런 순간이 더 귀하게 느껴진다.
누군가 말 없이 옆에 있어주는 것.
같은 화면을 보며 함께 웃는 것.
아버지는 말보다 존재로 그 자리를 채우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거실은 그대로인데 텅 빈 공간이 되었다.
TV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소파도 예전처럼 놓여 있는데
그 중심이 사라졌다.
거실이 ‘함께’의 공간이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TV 이전,
마당에 멍석을 깔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이 있었다.
말이 많았다.
별자리 하나를 두고도 오래 이야기했고,
손에 들린 옥수수와 감자에 계절을 담았다.
그건 아주 오래전 가족의 모습이었다.
TV는 그 시절과 오늘 사이의 다리였다.
대화는 줄었지만,
그 대신 침묵을 나눌 수 있었다.
가족 모두가 같은 화면을 보고
같은 시간 안에 머물 수 있었던 공간.
그게 바로 거실이었다.
이제는 그 거실이 사라지고 있다.
기기들은 늘어났지만, 시선은 흩어졌다.
말하지 않아도 알던 관계가,
이제는 말해도 잘 닿지 않는다.
그리고 더 이상,
아버지께 묻고 싶어도
대답을 들을 수 없다.
그 빈자리 앞에서 나는 자주 TV를 켠다.
소리가 울려 퍼지면
한때의 풍경이 다시 떠오른다.
아버지의 옆모습,
따뜻했던 공기,
함께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시간.
그 시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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