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실망 사이, 인간의 회복을 그리다 – 삶의 링 위에서

아침에 문을 여는 손끝에조차,
나는 종종 기대를 얹는다.

전날 냉장고에 넣어둔 반죽이 잘 부풀어 있기를,
문밖 공기가 생각보다 따뜻하길,
아니면 그냥…
오늘 하루가 나에게만 조금 더 친절하기를.

누구도 모르게,
나는 매일 사소한 기대를 품고 산다.
그 기대들이 하루를
조금 더 인간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처럼.

하지만 기대는
언제나 등을 돌릴 준비가 되어 있다.

기대한 만큼 결과가 없는 날,
마음은 조용해진다.

분노보다 먼저 오는 건
고요한 침묵.
입속에서 마른 나뭇조각을 씹는 듯한
허전함이 스민다.

사람들은 그것을
‘실망’이라 부른다.

실망은 하나의 감정이 아니라
감정을 해체하는 과정이다.

그 안에는
후회, 미련, 자책, 비교 같은
복잡한 조각들이 섞여 있다.

나는 그 복잡함이
몸에 스며들 때마다
사람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가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기대한다.

바보 같은 회복력으로
또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또 상처받는다.

예전에 격투기를 즐겨보던 시절이 있다.

초록 매트 위의 두 사람.
나는 그들의 기술보다
눈빛을 먼저 본다.

연승 중인 선수는 빛난다.
강하고, 당당하다.

하지만
내 눈이 오래 머무는 건
패배 이후 다시 등장한 선수다.

이전보다 조심스러운 발놀림,
그러나 더 단단해진 눈빛.

그는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설 수 있는가’를 묻고 있었다.

그 순간,
내 삶도 하나의 링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어쩌면
우리는 기대에 져본 사람만이
진짜 ‘일어서는 법’을 배운다고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성공이 준 기쁨은 잠깐이지만
실패가 남긴 고요는 오래 간다.

그 고요 속에서
우리는 다시 자신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실망의 잔해 위에
또 한 번 선다.

그건 환희가 아니다.

다만,
불확실한 희망의 실루엣이다.

기대는 언제나
등을 돌릴 수 있지만,
인간은 또 다시 뒤를 쫓는다.

그 어리석고도 아름다운 반복.
실망은 실패가 아니다.
실망은
우리가 여전히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증거다.

나는 오늘도
아주 작고 조용한 기대 하나를
주머니에 넣는다.

그것이 등을 돌린다면,
며칠쯤은 조용히 살아내면 된다.

하지만 언젠가
그 기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다시 봐줄지도 모른다.

그 날을 기다리며,
나는 이 실망을
가만히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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