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머리 위엔 저마다 작은 우주가 하나씩 얹혀 있어.
보이지 않지만, 누구나 들고 다니지.
걱정이 많은 사람은 우주가 무거워서 자꾸 어깨를 주물러야 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은 밤마다 그 우주 안에서 별을 세느라 잠을 못 자.
근데 재미있는 건,
그 우주라는 게 실은 그렇게 크지도 않아.
끝없이 펼쳐진 듯하지만, 어항 하나 안에 들어갈 만큼 유한해.
그 말인즉슨, 우리 모두 작은 어항 속에서
큰 우주를 상상하며 살아간다는 거지.
지구?
가끔은 그 자체가 어항 같아.
밖에선 시끄럽고 정신없는데, 안에서는 각자 조용히 헤엄치고 있어.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고,
그 웃음과 울음은 다른 어항을 통해 간신히 퍼져나가.
그런데 말이야,
어항마다 벽이 있잖아.
투명하지만 막혀 있는, 보이지만 닿지 않는 벽.
그게 어쩌면 우리 마음이야.
우린 자꾸 말을 하려고 해.
“나 이런 생각 해.” “나 이런 감정 느껴.”
하지만 말은 자주 도착하지 못해.
어디쯤 튕겨나가고, 왜곡되고,
심지어 상대방에게는 아예 작살처럼 꽂히기도 해.
소통은 늘 그런 식이지.
서로를 향해 다가가지만, 결국은 자주 엇갈려.
그래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아.
조심스럽게 어항을 옆에 대보기도 하고
그 안에 나의 일부를 집어넣기도,
그대의 일부를 들여다보기도 해.
때로는 눈빛으로,
때로는 아주 엉뚱한 말로,
“나 여기 있어.” “너도 거기 있구나.” 하고 인사를 건네.
그렇게 방울방울.
어항 안에서 작은 기포처럼 떠오르는 숨소리.
그건 누군가의 온기고, 존재의 증거야.
누구도 완벽하게 연결될 수는 없지만,
그 조용한 방울 하나로
세상은 아주 잠깐, 투명해지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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