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조용히 앉는다.
억새 사이를 비집고 낚싯대를 툭 펴본다.
들판엔 새싹이 자라고,
멀리 펼쳐진 풍경은 꼭 유화 그림 같다.
하늘은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듯,
호수는 그걸 그대로 받아 안는다.
구름은 양떼 같고,
오리떼도 유유히 떠다닌다.
혹시 저 구름 속에 물고기라도 숨어 있나?
혼자 피식 웃으며 상상해본다.
나는 찌 하나를 호수와 하늘이 맞닿은 곳에 살짝 띄운다.
찌를 중심으로
하늘도 흐르고, 호수도 흐른다.
실잠자리 한 마리,
찌 위에 조심스레 내려앉는다.
모든 게 잠시 멈춘 듯 고요하다.
그러다
〈툭!〉
찌가 흔들린다.
줄이 팽팽해지고, 고요가 찢어진다.
펄떡!
은빛 물고기 하나가 물 위로 솟구친다.
낚시란,
그 한순간을 기다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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