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고쳐쓰는 게 아니다.”
그 말은 오랫동안 상식처럼 받아들여졌다.
열 살 버릇 여든 간다든지, 한 번 굳어진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들.
살아보면 그 말이 맞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안다.
사람은 바뀌지 않을 수 있지만, 다시 설 수는 있다.
그리고 그 ‘다시 섬’이야말로 인생의 진짜 힘이다.
대학 입시에 떨어졌던 그 겨울,
나는 내 안의 희망이 꺼졌다고 느꼈다.
친구들이 새로운 시작을 하던 시기에
나는 멈춰 선 기분이었다.
그때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사람은 열 번 다시된다.”
그 말은 위로처럼도, 허황된 말처럼도 들렸지만
이상하게도 조용히 마음속에 남았다.
그리고 훗날, 내 삶의 가장 어두운 시기에
그 말은 다시 움트기 시작했다.
나는 교사가 되었다.
아이들과 숨 쉬며 배우는 일은 내게 천직이었다.
그 아이들의 눈빛 속에서 나는 매일 다시 살아가는 법을 익혔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몸과 마음이 함께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아무 일도 없는데 눈물이 났고,
웃는 얼굴 뒤로 지독한 무력감이 밀려왔다.
진단명은 우울증이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스스로를 돌보는 데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며칠, 몇 달, 몇 해를 그렇게 보냈다.
병가를 내고 긴 회복의 시간을 보내면서
무너졌다고 느꼈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그 말이 떠올랐다.
“사람은 열 번 다시된다.”
나는 다시 일어섰다.
교실로 돌아간 첫날,
칠판 앞에 서는 것조차 떨림이 있었다.
그 떨림은 실패의 흔들림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사람만이 아는 생의 진동이었다.
아이들은 변함없이 나를 반겨주었고,
나는 예전보다 더 따뜻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 후 나는 더 오래 교직에 머물렀다.
이전보다 더 깊이 듣고,
더 조심스럽게 말하며,
아이들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해졌다.
병을 이겨낸 자만이 알 수 있는 마음의 결.
나는 다시 선 것이 아니라, 다르게 선 것이었다.
한 번 무너졌던 자리가
다시 내가 설 수 있는 가장 단단한 바닥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퇴직이라는 또 하나의 문 앞에 섰다.
떠나며 생각했다.
나는 교사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여러 번 다시 태어났다.
우울 속에서도, 실패 속에서도,
매일 조금씩 다시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다시 살아가고 있다.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열 번 다시 설 수 있는 존재다.
그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
그건 삶이 주는 은혜이며,
인간이 가진 회복의 증거다.
그리고 나는,
그 증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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