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의 조명이 켜집니다.
모든 시선은 무대 중앙, 그 하나의 인물에게 향하죠.
스타가수.
노래와 춤, 표정까지 완벽한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나는 자꾸만
그 중심 너머로 시선을 돌리게 됩니다.
빛은 머무르지만
초점은 맞지 않는 곳.
무대의 가장자리.
거기, 조용히 춤추는 백댄서들이 있습니다.
처음엔 그들이 안쓰러웠습니다.
이름도 없이, 뒤에서만 움직이는 사람들.
그토록 열심인데
왜 기억되지 않을까.
하지만 어느 날,
그들의 춤을 오래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스타를 완성하고 있었습니다.
백댄서의 움직임이 흔들리면
무대 전체가 불안해집니다.
스타의 동작이 살아나는 이유도,
그들의 리듬이 살아있기 때문이죠.
그들은 단지 맞춰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무대를 숨 쉬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면서 문득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가족 안에서,
누군가를 빛나게 하기 위해
뒤에서 애쓰던 나의 모습.
그때는 왜 그게
초라하게만 느껴졌을까요.
지금은 압니다.
나는 그 시간마다
누군가의 무대를 완성하고 있었다는 걸요.
한 백댄서의 인터뷰가 떠오릅니다.
“스타가 박수를 받는 순간,
뒤에서 조용히 눈물이 났어요.
우리가 만든 빛이 닿았다는 걸 느꼈거든요.”
그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완성의 증명이었습니다.
세상은 주인공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무대를 지탱하는 사람들,
그들을 잊어선 안 됩니다.
진짜 균형은
중심이 아니라,
가장자리에서 만들어집니다.
무대가 끝나고
조명이 꺼진 뒤에도,
백댄서는 다음 무대를 위해
동작을 다시 맞춥니다.
그 이름 없는 움직임 안에는
책임과 자존,
그리고 진심이 깃들어 있죠.
그래서 이젠
이런 질문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왜 중심이 아니라 그림자를 택했나요?”
그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 덕분에 중심이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무대든, 인생이든
당신은 언제든
빛의 가장자리에서 설 수 있습니다.
그 자리를 스스로 선택한 순간,
당신은 누군가의 세상을 완성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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