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텔레비전 속 낯선 한 사람이 오래도록 내 마음에 머물렀다.
서른두 살의 나이에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청년.
의사가 남긴 시간은 단 한 달이었다.
그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면서도, 참 밝게 웃었다.
말끝마다 걱정하는 대상은 자신이 아니었다.
“전 괜찮아요. 제가 없으면,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까… 그게 더 걱정돼요.”
그 말이 마음 깊은 곳을 찔렀다.
죽음을 앞두고서도, 그는 자신을 걱정하지 않았다.
자신의 부재로 인해 남겨질 사람들을 먼저 떠올렸다.
그는 고통 속에서도 여전히 누군가를 품고 있었다.
나는 그날 이후, 숨을 쉴 때마다 질문이 따라왔다.
삶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늘 ‘행복’이라는 단어를 좇으며 산다지만,
그날 그 청년이 보여준 하루는
내가 알던 그 어떤 행복보다도 단단하고 투명해 보였다.
남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하루를 천천히 살아내겠다는 그의 말은
그저 의연함이 아니었다.
그건 사랑의 가장 깊은 형태였다.
자신이 사라질 시간마저도,
누군가를 위해 조용히 준비해주는 마음.
그는 짧게 살았지만, 아주 깊게 살았다.
나는 그를 보며 깨달았다.
아픔은 단지 고통이 아니다.
그건 사랑이 지나간 자리다.
마음이 아픈 사람은,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사람은 누구나 아프다.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은 조용히 부서지고 있는 사람들.
그 모든 이들이 사실은 누군가를 품고 살아간다.
그래서일까.
가장 많이 아픈 사람들 곁엔
가장 따뜻한 사랑이 남아 있다.
그날, 나는 그 청년의 미소에서 삶의 끝을 보았고,
그 끝에서 다시, 삶의 시작을 느꼈다.
언젠가 우리 모두 이 길을 지나갈 것이다.
그때, 나도 그렇게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를 걱정하며,
누군가의 삶을 가만히 빌며.
그리고 그 마음이 남겨진 이들에게
오랫동안 따뜻한 흔적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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