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준호 님께 드리는 헌시
고요한 새벽, 누구보다 먼저 문을 여셨고
어두운 밤이면 마지막으로 불을 끄고 나가셨습니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학교를 지켜오신
당신의 손에는 언제나 흙먼지가 묻어 있었고
당신의 등에선 땀 냄새보다 따뜻함이 먼저 풍겼습니다.
25년.
그 긴 세월 동안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사이
당신은 학교의 나사 하나, 바퀴 하나가 되어
쓸고 닦고, 고치고 메우며
묵묵히 학교를 굴려주셨습니다.
어떤 날은 바람이 거셌고
어떤 날은 하늘마저 무심했지만
당신은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누가 부탁을 해도, 하지 않아도
당신은 언제나 먼저 움직이셨습니다.
고장 난 문의 삐걱임,
넘어진 아이의 울음소리,
멀어진 마음 사이에 맺힌 갈등의 틈까지도
당신은 조용히 다가가 살폈습니다.
누군가는 보지 못했고
누군가는 당연하게 여겼지만
우리는 이제야 깨닫습니다.
당신이 있어 학교는 하루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 당신은 떠나시지만
당신의 손길은 교정 곳곳에 스며 있고
당신의 진심은 우리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입니다.
존경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이제는 부디 당신 자신을 위한 길을 걸으시길 바랍니다.
아침이 아닌 햇살 아래,
일이 아닌 평화 속에서,
부디, 편안히.
당신의 노고가 별처럼 빛나기를.
당신의 앞날이 꽃처럼 피어나기를.
안녕히 가십시오.
당신은 우리 마음 속에,
늘 함께 계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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