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나는 작은 삽 하나를 꺼낸다.
땅을 뒤집다 보면
문득, 마음도 파헤쳐진다.
묵은 감정이 흙먼지처럼 날린다.
텃밭은 조용하다.
그러나
그 안에선 매일 전쟁이 벌어진다.
뿌리 하나가 자리를 찾고,
잎사귀 하나가
햇빛을 쟁취한다.
누군가는
텃밭을 노인의 소일거리라 말하겠지만,
나는 안다.
그건 아주 조심스러운 고백이다.
한 번 져버린 다짐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언젠가
심어둔 무가 죄다 시든 날이 있었다.
왜인지 몰라
그저 멀뚱히 바라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음도 그렇구나.
가만히 두면
언제든 시들 수 있구나.
물도 적었고,
햇살은 독했다.
아마도 나는
며칠간 마음을 두지 않았던 거다.
텃밭에선 자주 반성하고,
가끔 울고,
어쩌다 웃는다.
어느 날
덜 익은 토마토 하나가
내 얼굴을 닮아 있었다.
말하지 못한 감정이
푸르스름하게 매달려 있었다.
그날,
삽을 멈추고
손을 털었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오늘도,
내 안의 무언가가
조금은 자랐구나.
텃밭은
오늘도
우주처럼 조용히
팽창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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