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하철에서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고 앉아 있었다.
등이 뻣뻣하게 굳어 있었고, 숨이 약간 찼다.
내 몸 어딘가가 계속 말없이 고장 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거울 앞에 섰을 때, 내 등이 이상하게 낯설었다.
마치 돌보지 못한 정원처럼.
그 위로 담쟁이덩굴 같은 무언가가 자라나고 있었다.
누군가 다듬어주길 기다렸지만, 내겐 전지가위도, 정원사도 없었다.
며칠 전 공원에서, 날개가 다친 새를 봤다.
날지 못하고 풀숲에 주저앉은 새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조심스레 손바닥에 얹었다.
그 따뜻하고 가벼운 무게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날고 싶지만 날 수 없었던 그 새는,
그때의 나 같았다.
꿈이 꺾였을 때,
세상에 앉아만 있던 내 마음 같았다.
신의 뜻을 기다려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프고 지친 날엔,
신보다 의사의 손끝이 더 현실적이었다.
진료실에서 목덜미를 누르던 그 손길.
그건 이상하리만치 따뜻했다.
누군가가 내 고통을 알아준다는 느낌,
그게 참 오랜만이었다.
내 몸 안은 아직도 복잡하다.
굳은 척추, 저린 팔, 남은 통증들.
겉으론 멀쩡하지만, 속에서는 매일 실랑이가 벌어진다.
고통과 생명, 그 둘의 밀고 당기기.
가끔 화분 속에서 움트는 새싹을 본다.
그 조용한 솟아오름이
이상하게 나를 일으킨다.
풀잎 하나가 흙을 밀고 나오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다시 살아보려 한다.
높이 날 수 없어도,
딛고 일어서는 힘이 아직 내 안에 남아 있음을 안다.
우리는 누구나 벽 앞에 선다.
쇠창살 같은 현실 앞에서
숨 고르고 버텨야 하는 날들이 있다.
그러다 바람이 분다.
내 안에 쌓여 있던 오래된 고통이
조금씩 흩어진다.
그리고 나는 깨닫는다.
그 속에도,
아직 생명이 꿈틀대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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