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
지하철 창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다
한참이나 눈을 떼지 못했어요.
낯선 얼굴 같았어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도
정작 나를 들여다본 건 오랜만이었나 봅니다.
회사 동료가 “고생 많으세요” 하고 건넨 말 한마디에
괜히 울컥했어요.
그 말이,
요즘은 나한테도 좀 필요한 말 같았거든요.
그리고 그 순간,
가족 생각이 났어요.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면
아이들은 말없이 눈을 맞추고,
당신은 늘 하던 듯 식탁을 준비하죠.
익숙한 풍경인데
문득 마음 한쪽이 저릿했어요.
이 따뜻한 일상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요즘 따라 자꾸 깨닫게 됩니다.
며칠 전엔 딸아이가
“아빠, 왜 요즘엔 웃을 때도 피곤해 보여?”
그러더군요.
그 말이 가슴 한복판에 조용히 내려앉았습니다.
아, 내가 웃고 있지 않았구나.
가끔은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그냥 흘려보내고 말죠.
오늘은 무슨 기념일도 아니고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에요.
그냥,
이 마음이 쌓이기 전에
당신들에게 꼭 전하고 싶었어요.
말없이 건네는 밥 한 끼,
아무 말 없이 기다려주는 눈빛,
작은 손이 건네는 그림 한 장,
그게 요즘의 나를 붙들어줘요.
그게,
내가 오늘을 견디는 방식이에요.
당신들이 곁에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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