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롤러코스터 같아.”
저녁밥을 먹다 말고 아내가 조용히 말했다.
흔한 말이지만, 이상하게 가슴을 울렸다.
그 말은 삶을 통과한 사람만이 꺼낼 수 있는 말투로,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우리는 매일 고스톱을 친다.
별 의미 없을 것 같은 그 놀이에서, 이상하게도 인생이 보인다.
며칠은 내가 연승하고, 또 며칠은 아내가 몰아친다.
패가 착착 들어맞을 때도 있고, 어쩌면 오늘은 아무리 해도 안 풀리는 날이기도 하다.
“운도 흐름이 있어. 놓칠 땐 그냥 흘려보내야 해.”
아내는 지고도 웃으며 말한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인생을 떠올린다.
진짜로 잘나가던 사람들이 있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모두의 부러움을 샀던 그들.
그런데 어느 날, 그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본다.
돈도, 인기마저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 몰락은 갑작스럽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인생이 내려가는 속도는 올라가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걸, 그때 절감하게 된다.
반면, 조용히 버티던 사람이 있다.
말없이 제 할 일만 하던 사람.
그 사람이 어느 날,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한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그 사람이 이제는 중심이 된다.
아내도 그런 인생을 살아왔다.
결혼 초, 허리 숙이며 알바하던 그 시절.
“지금은 바닥이니까 괜찮아. 올라갈 일만 남았지.”
그녀는 늘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믿었고, 우리는 함께 버텼다.
아내는 고스톱을 치면서도 교만하지 않고, 낙담하지도 않는다.
“오늘은 내가 잃었지만, 내일은 또 다른 날이야.”
그녀의 그 말 속에,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담겨 있다.
정점에 있을 땐 낮게 숨 쉬고, 바닥에 있을 땐 두 눈을 감지 말 것.
그것이 그녀의 방식이다.
나는 오늘도 아내와 고스톱을 친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흐름을 읽고, 조급해하지 않는 마음이다.
인생은 정말 롤러코스터 같다.
하지만 손을 꼭 잡고 있다면, 무서울 것도 없다.
그저 함께 오르고, 함께 내려가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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