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거울 앞에 선다.
팔을 교차해 어깨를 감싸 안는다.
‘버터플라이 허그’—트라우마 치료에 쓰인다는 그 동작.
그냥 따라 해봤다.
그런데 이상하다.
눈물이 났다. 이유도 없이, 조용히.
30년.
일하고, 결혼하고, 아이 키우고.
참 바쁘게 달려왔다.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많았지만,
나를 불러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날, 병원에서
“이 정도면 많이 참으셨어요.”
의사의 말에
나는 그냥 울어버렸다.
그렇게 꾹꾹 눌러왔던 게 터져 나왔다.
몸은 자주 붓고,
계단을 오르다 숨이 찬다.
잠깐 들른 마트에서도 다리가 욱신거린다.
하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단단해졌다.
자주 부서지고 다시 붙었기 때문일까.
문득, 묻는다.
“이런 나를 누가 돌봐줄까?”
가족? 친구? 사회?
아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
가장 진심으로 안아줄 수 있는 사람—
바로 나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를 안는다.
어깨를 토닥이며, 속삭인다.
“수고했어.
정말 잘해왔어.”
지금 이 순간.
비로소 나에게 집중하는
평화로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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