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느지막이 나뭇가지를 어루만지던 시간이었다.
밤새 내린 이슬이 아직 마르지 않아
잎사귀마다 반짝이는 물방울이 매달려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연둣빛 새순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바람이 지나가자,
그 작디작은 새순들이 흔들리며
까르르, 까르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기 시작했다.
그 장면 앞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무언가 아주 작고 순한 것이
나를 향해 인사를 건네는 기분이었다.
괜히 마음이 따뜻해지고,
왠지 모를 안도감이 스며들었다.
문득, 오래전 엄마 품이 떠올랐다.
햇살 좋은 날,
어린 내가 엄마 품에 매달려
졸고 있던 모습이 생각났다.
엄마는 나를 안고,
나는 엄마를 붙들고 있었던 그 시절처럼—
나뭇잎과 가지가 그렇게 서로를 안고 있었다.
나무는 매일
초록 아기들을 품에 안고
햇살과 바람, 이슬로
조용히 젖을 먹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생명의 풍경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배우고 있었다.
돌봄, 기다림, 나눔.
사람들아,
무거운 고개를 잠시만 들어보자.
저 나무마다 매달린 초록의 아기들,
그들을 바라보며
우리의 마음에도 하나쯤 안아보자.
말없이 웃는 나뭇잎처럼,
오늘 하루도 누군가에게
초록의 눈인사를 건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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