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엔 가시가 난다.
그건 아무도 놀라지 않는 자연의 섭리다.
꽃나무엔 꽃이 피고,
산새는 작은 몸으로도 노래를 뿜어낸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게 일어나는 이 세상 속에서
나는 문득 생각했다.
나에게서도 ‘무언가’가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게 시라면… 아름다운 시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내가 쓰고 싶은 건
대단한 비유도, 거창한 주제도 아니다.
이름 없는 풀씨처럼 조용히,
누구의 눈에도 들지 않지만
그저 바람을 따라 고개를 흔드는 그런 시.
상쾌하고 가볍고,
가슴속 깊은 곳까지 맑게 씻어주는
바람 같은 시 한 줄을
나는 정말 써보고 싶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바람조차
도시의 매연 속에 길을 잃는다.
나는 지금, 도시 한복판에 있다.
전광판이 번쩍이고
사람들이 제 감정도 숨긴 채
바삐 움직이는 그 거리.
그런데 이상하게도
누군가는 그 거리에서 북을 치고 장구를 친다.
농악놀이가 시작되었고,
어디선가 소리꾼의 목청이 터져 나온다.
놀랍게도 콘크리트 바닥 틈 사이,
민들레 하나가 피어 있다.
도저히 피어날 수 없는 자리에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민들레는 노란 꽃을 올린다.
그 순간 나는 고개를 숙인다.
“참다운 시인이 되고 싶다”던 그 말이
어쩌면 너무 낡고,
너무 무거운 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을 써야 하는가.
어떻게 써야 세상이 잠시 멈춰 서고,
누군가의 마음이 울릴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모른다.
하지만,
민들레는 오늘도 피었고,
그 노란 꽃 하나가
내 안의 낡은 질문들 위에
작은 빛을 하나 얹는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나는 또다시, 시를 쓰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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