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수필

“닫힌 문 앞에서, 나는 멈췄다”

 

– 문은 닫혀 있었고, 나는 비로소 나를 들여다보았다.

사람은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나도 그랬다.

언젠가 도착할 줄 알고, 오늘을 견디며 달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일상은 늘 허탕 쪽이었다.

물처럼 빠져나가는 시간들.
잡으려 할수록 멀어지는 어떤 것들.

내가 다니는 병원이 있다.
멀다. 편도 한 시간 넘게 걸린다.

그래도 간다.
그곳 의사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분이다.
진단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그런 사람.

그날도 그랬다.
바쁜 평일, 빗길을 뚫고 병원에 도착했다.

문은 닫혀 있었다.
유리문에 붙은 종이 한 장, “휴진입니다.”

순간 멍해졌다.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이 낯설었다.
기대, 피로, 자책이 섞여 있었다.

진료카드를 쥔 손에 힘이 빠졌다.
‘또 허탕이구나.’

돌아오는 차 안, 빗소리만 들렸다.
라디오는 흘렀지만, 마음은 멈춰 있었다.

‘내 인생도 지금, 휴진 중일까?’

생각해보면,
인생은 계속 닫힌 문을 마주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입시, 취업, 관계…
계속 두드리고, 기다리고, 실망하고, 또 두드린다.

그런데 문이 닫히는 그 순간,
마음은 열린다.

나는 그 앞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성과에 집착했을까?’
‘언제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따뜻했을까?’

문득 떠오른 말.
“사람은 죽을 때 단 하나만 가지고 간다.

그가 평생에 한 선행 하나.”

그래, 진짜 성공은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었느냐 아닐까.

허탕이었던 하루.
하지만 그 앞에서 나는 내 안의 문 하나를 열었다.
조금은 덜 조급한 내가, 그 안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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