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마주친 적 있을 거예요.
작은 화분 속에 조용히 앉아 있는 선인장.

그 모습은 늘 같아 보여도,
그 안에는 사막을 견디는 강인함과
아무도 모르게 흘리는 사랑의 눈물이 숨어 있어요.

사막 한가운데 선 선인장은 깊은 뿌리가 없어요.
모래 위에 겨우 뿌리 몇 가닥을 내리고 있을 뿐이죠.

하지만 태양이 칼처럼 내리쬐어도,
거센 바람이 모래를 휘감아도,
그는 쓰러지지 않습니다.

두 팔처럼 뻗은 가지를 하늘로 들어 올린 채
오늘도 조용히 말하는 듯해요.

“나는 괜찮아. 나는 살아 있어.”

낮에는 딱딱했던 선인장.
하지만 밤이 되면, 별빛 아래 이슬을 머금어요.
그 이슬은 어쩌면,
누군가를 향해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사랑의 흔적일지도 몰라요.

이 선인장의 이름은 ‘백년초’.
100년을 살아도 변치 않는 마음이라는 뜻이에요.
가시투성이인 듯하지만,
그 속엔 가장 따뜻한 속살이 숨어 있답니다.

선인장은 비록 사막에 있지만,
그의 눈은 늘 푸른 바다를 향하고 있어요.
자신의 환경이 메말랐다고 해서,
꿈까지 메마르진 않았다는 듯 말이죠.

거울을 보며 문득 생각했어요.
나도 어쩌면 선인장처럼,
상처받을까 두려워 작은 가시들을 세우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하지만 그 속엔,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다리는
여리고 순한 마음이 숨어 있었던 거죠.

💚선인장은 말해요

“나의 사랑아,
내 가시는 상처가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단다.
사랑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있어.
그러니 언젠가,
나의 가시를 넘어서 손 내밀어 줄 너를,
나는 오늘도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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